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운용중인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헤럴드DB]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기술패권 시대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슈퍼컴퓨터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슈퍼컴 경쟁력은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18일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슈퍼컴퓨팅 컨퍼런스(SC24)에서 발표된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 TOP500에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의 ‘엘 캐피탄(El Capitan)’이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보유대수 기준 8위, 성능 기준 10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성능 기준 9위를 차지했다.
1위에 오른 엘 캐피탄의 실측성능은 1.742엑사플롭스(EFlops/s)로 1초에 174.2경번 연산이 가능하며, 공식적으로 엑사스케일 컴퓨팅에 도달한 세 번째 시스템이 됐다.
지난 3년 연속 1위를 차지하던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프론티어(Frontier)’는 2위로 하락했다.
슈퍼컴퓨터.[게티이미지뱅크] |
이번에 발표된 Top10에는 1위 엘 캐피탄 외 총 3개의 시스템이 신규로 진입했다. 5위를 달성한 이탈리아 Eni S.p.A.의 ‘HPC6’, 10위를 달성한 미국 LLNL의 ‘투올러미(Tuolumne)’가 해당한다. 이로써 LLNL은 Top10에 드는 두 개의 시스템을 보유하게 됐다.
TOP500 순위 중 성능 면에서는 미국이 55.2%, 일본이 8.0%, 이탈리아가 7.1%를 차지해 이들 국가가 전체 성능의 70% 이상을 차지했으며, 수량에서는 미국이 172대(34.4%), 중국이 63대(12.6%), 독일이 41대(8.2%)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슈퍼컴퓨터는 국가별 보유 대수 순위에서 총 13대로 7위, 성능 기준으로는 총합 213.1페타플롭스(PFlops)로 10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이번에 NHN클라우드의 NHN CLOUD GWANGJU AI가 TOP500에 새롭게 등재됐다. 기존 등재됐던 시스템들 중 카카오의 kakaocloud(41위), SKT의 타이탄(Titan)(63위)은 순위가 상승했다.
KISTI의 국가 플래그십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은 이론성능 25.7페타플롭스(PFlops), 실측성능 13.9페타플롭스(PFlops)로 92위를 기록했다. KISTI는 2025년 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 절차를 거쳐 2026년 상반기 서비스 개시를 목표하고 있으며 기재부의 적정성 재검토를 통해 증액된 6호기 사업 예산을 토대로 최근 사전규격 공개를 개시했다.
이식 KISTI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은 “국가 슈퍼컴퓨터는 글로벌 위기와 경쟁 속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며 “6호기의 성공적인 도입을 통해 초고성능컴퓨팅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국가 발전과 혁신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나라는 슈퍼컴 순위에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슈퍼컴퓨터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오는 2030년 국내 독자개발을 목표로 국가초고성능컴퓨팅 혁신전략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국내 슈퍼컴퓨터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슈퍼컴 경쟁력은 주요 선진국들과 기술격차가 크다”면서 “슈퍼컴을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 확보와 산업생태계 육성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