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확실성 대비…中 관계개선·美日 협력 제도화

APEC·G20 회의 5박8일 다자외교
中 시진핑과 회담, 전략적 협력 모색
다자회의 계기…러북 군사 협력 규탄
트럼프 회동 불발·올해 마지막 순방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위쪽 사진). 같은날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전 기념촬영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연합]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남미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5박8일간 일정을 마치고 19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년 만에 만나 한중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만들었다. 트럼프 시대에 대비해 이중 안전장치 구축 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으로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갈등 속에서 윤 대통령이 국익을 좌표로 삼아 한미·한중 관계를 풀어나갈 것임을 예고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순방기간 다자외교를 통해 러북 간 불법 군사협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을 결집했다.

윤 대통령과 수행원단이 탑승한 공군1호기는 이날 오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공군기지를 출발해 서울공항으로 향했다.

▶바이든과 작별인사…시진핑과 협력 의지=윤 대통령은 15~16일 양일간 페루 리마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고별회담을 갖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집권 시대를 맞아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외교가에서는 윤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년 만에 대면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 자체가 상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 정상은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양국 간 협력 의지를 정상 차원에서 재확인했다.

한중 양국은 지정학적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안보 측면에서는 양국이 힘을 합쳐 갈등을 완화하고 평화적인 해결을 도모하면서 역내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하는 데 뜻을 모아 나가기로 했다. 내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표 10주년을 맞아 서비스투자협상을 조기에 타결하기로 했으며, 윤 대통령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한국 기업들이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시 주석의 관심을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으로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중 관계 개선은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차 이뤄지는 시 주석의 방한으로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고별회담에서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협력에 기여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10일자로 임기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트럼프 집권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제) 임기 전반기 중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부분의 외교안보 성과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이뤄낸 일”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계속해서 한미 관계를 성원하고 뒤에서 돕겠다”고 말했다.

15개월 만에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지난해 8월 열린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정신을 재확인하면서 3국 협력의 제도화를 위한 ‘한미일 사무소’ 설치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취임 후 두 번째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협력에 대한 미국 조야의 초당적 지지가 있는 만큼 차기 미국 행정부와도 3국 협력을 잘 이어 나가자”고 다짐했다.

▶G20에서 쏟아진 러북 불법 군사협력 규탄=18~19일 이틀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러북 군사협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을 결집했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21개 회원국과 17개 초청국, 15개 국제기구까지 2008년 창설 이해 역사상 최대 규모로 열렸다.

윤 대통령은 국제질서가 지속돼야만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이 이뤄진다고 강조하면서 G20 정상들이 규범 기반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강력한 의지를 갖고 행동을 결집해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2022년 인도네시아, 2023년 인도, 2024년 브라질에 이어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4년 연속 ‘글로벌 사우스’ 국가가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개발 의제의 비중이 한층 커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책임외교를 구현했다고 대통령실은 자평했다.

▶페루 공식방문…K-방산 중남미 확대 기대=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중남미 국가를 방문하면서 외교 저변을 확대했다. 윤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 이어 페루를 공식방문해 방산 및 경제협력의 확대를 도모했다.

한-페루는 윤 대통령의 공식방문을 계기로 육해공군과 방산 협력 관련 MOU를 체결했고, 양국 간 인프라 협력의 상징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친체로 신공항 건설 사업’을 비롯해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촉진해 나가기로 했다. 양 정상은 각각 최고 훈장인 태양 대훈장과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며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기여를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남미 방문을 계기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을 추진했지만, 최종적으로 불발됐다. 취임 전 공식적인 외국 정상과의 만남은 갖지 않겠다는 트럼프 캠프측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됐다. 이번 남미 일정은 올해 윤 대통령의 마지막 순방이자,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동행하지 않은 두 번째 해외 순방으로도 기록됐다.

리우데자네이루=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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