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상원의원들, 신원조회 필요 입장…4명 이탈 시 인준 불가
수잔 콜린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상원 세출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떠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차기 행정부 지명자들에 대한 연방수사국(FBI) 조사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충돌을 빚을 전망이다. FBI를 통해 내각 후보자들을 사전 검증하는 것은 수십 년 된 관례인데, 트럼프 당선인이 이를 건너뛰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각 지명자들의 상원 인준을 통과시키기 위해 60년 이상의 관례를 뒤집고 FBI 심사를 생략할 태세”라며 “자신의 당 소속 의원들과 충돌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가 맷 게이츠 법무부 장관 지명자,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 등 논란이 된 후보자들을 임명하기 위해 통상적인 FBI 신원 조회를 거부할 가능성에 반감을 갖고 있다.
내부 심사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 인수팀은 법무부 및 FBI와 후보자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합의를 체결하지 않았다. 이 합의는 심사 절차를 시작하기 위한 초기 단계다.
미 법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정권 인수팀에 운영과 책무에 대한 브리핑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으며 국가 안보 정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보안 허가 요청을 처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공화당 내 온건파인 수잔 콜린스 상원의원과 헤그세스 검증을 담당하는 상원 국방위원회 소속 로저 위커 상원의원 등은 내각 지명자들을 심사할 때 전통적인 FBI의 신원 조사를 원한다는 입장이다.
콜린스는 “신원 조회, 위원회 조사, 공청회를 거치는 현재의 절차가 우리에게 매우 도움이 됐으며 우리의 책임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의 바람과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조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FBI 조사에 동의하도록 만들기 위해선 공화당이 53대 47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된 상원에서 공화당 의원 4명이 이탈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당시에도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후보자 인준 과정에서 FBI 심사를 건너뛰려다 콜린스 상원의원과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 제프 플레이크 상원의원이 신원 조회를 주장해 결국 백기를 든 바 있다.
신원 조회는 대통령 당선인의 재량에 따라 이뤄지며 그의 사무실로 전달되지만 FBI는 1963년 제정된 ‘ 대통령직 인수법’과 빌 클린턴 행정부의 기밀 정보 접근권자 심사 행정명령에 따라 이러한 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다.
내년 1월 개원하는 의회에서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예정인 척 그래슬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게이츠뿐만 아니라 인준 통과를 원하는 내각 인사 누구든 우리가 원하는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면 (통과가) 훨씬 더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의회가 휴회 중일 때 상원 인준 없이 지명자들을 임명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원과 하원 모두 휴회 기간이 짧기 때문에 해당 기간 동안 임명을 시도할 경우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게이츠 지명자의 경우 공화당 의원들도 많은 반감을 갖고 있어 트럼프 당선인의 독단적인 임명이 여러울 수 있다.
공화당의 주축 세력 중 한 명인 마이크 라운즈 상원의원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조언하고 동의하는 헌법상 역할을 보호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