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 죽어도 손주 대학가면 축하금 줍시다”보험 신탁 가입 3억 미만 가장 많아 [머니뭐니]

신탁 계약 내용 정해진 틀 없어
손자녀 결혼 축하금 적극 활용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 자영업자 최모 씨(67세)는 3억원 사망보험금의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8세, 10세, 12세인 손자녀 3명의 대학입학 시 학비로 사용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세 명의 손자녀가 성인이 될 시 각각 1억씩 지급하도록 설계했다.

# 주부인 김 모씨(70세)도 손자 결혼 시 결혼축하금으로 사망보험금이 쓰일 수 있도록 신탁계약을 맺었다. 5000만원은 결혼 축하금으로 일시 지급되면, 만약 손자가 만 40세까지 미혼이면 40세가 될 때 일시금 지급 특약도 함께 넣었다.

보험금 청구권 신탁이 지난 12일 출시된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자들의 전용으로 여겨졌던 신탁이 보험시장으로 확대되면서, 사망 시 받는 목돈을 남은 가족의 의미있는 때에 ‘선물’처럼 사용하려 하는 이가 늘고 있다.

21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보험금 청구권 신탁이 출시된 지난 12일부터 5일간 신탁가입 고객은 156명, 가입금액은 총 755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입한 고객 중 가장 많이 가입한 금액 구간은 3억원 미만(96건)으로, 이들의 평균 가입금액은 1억20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10억원 초과 고액가입자는23명으로 전체건수의 15% 수준이며, 평균금액은 20억5000만원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금청구권신탁이 부유층만이 선호하는 상품이 아니라, 보험금이 의미있게 사용되길 원하는 대중적 니즈 또한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3억원 미만의 사망보험금의 신탁 가입은 사망 후 장기적 경제지원설계보다는 대학졸업이나 결혼 등 특정 시점에 고인을 기억할 수 있는 용도로 지급하는 계약 사례가 다수라고 전했다.

그동안 신탁업은 부동산, 퇴직연금 등 실물자산을 중심으로 이뤄지다가 이번 제도 개편으로 보험금에 대해서도 허용됐다.

종전까지는 보험 계약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이 유족이나 수익자에게 한꺼번에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신탁 계약을 통해 사망보험금을 본인과 남겨진 가족의 상황에 맞게 분할해 지급할 수 있다.

신탁 계약의 내용은 정해진 틀이 없고, 고객의 필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다. 생명보험에 가입한 계약자에게 사고 시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이 있다면 가입할 수 있다. 일반사망 보험금 3000만원 이상인 종신보험 및 정기보험이 대상이다.

다만 재해·질병사망에 대한 보험금은 신탁 대상이 아니다.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위탁자가 모두 동일인이어야 하고 수익자는 직계존비속과 배우자로 제한된다. 신탁 계약 시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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