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격 인사’ 제동…헤그세스·케네디 등 거취도 관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2기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맥 게이츠 전 연방 하원의원이 21일(현지시간) 전격 사퇴했다. 게이츠 전 의원이 지난 7월 17일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현경·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2기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이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 등으로 인준이 불투명해지자 21일(현지시간) 전격 사퇴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새로운 법무장관 후보로 팸 본디(59)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을 지명했다.
2기 인선 중 첫 낙마가 발생하면서 ‘트럼프식 파격 인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당선인이 검증 없이 후보자를 섣불리 발탁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이츠 전 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내 (법무장관) 인준이 트럼프·밴스 정권 인수의 중요한 과업에 불공평하게 방해가 되고 있다는게 분명하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정치권의 실랑이를 오래 끌면서 불필요하게 낭비할 시간이 없다”면서 “그래서 나는 법무장관 고려 대상에서 내 이름을 철회하겠다. 트럼프의 법무부는 취임 첫날부터 자리잡고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과거 미성년자 성매수와 마약 남용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은 물론 같은 공화당 내에서도 상원 인준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는 의원 시절 성매수와 마약 사용 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았으며 법무장관에 지명되자 지난 13일 곧바로 의원직을 사퇴, 윤리위 조사 보고서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이후 그가 두 명의 여성에게 성관계의 대가 등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1만달러(약 1400만원) 이상을 송금했다는 보도 등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 커졌고, 공화당과 민주당은 보고서 공개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게이츠 전 의원은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의회를 찾아 장관 인준 권한을 지닌 상원 공화당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지난 19일 ‘게이츠 지명을 재고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해 인선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CNN은 게이츠의 사퇴 이유에 대해 그의 인준에 강력히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많으며 윤리위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상원 인준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게이츠가 인준에 필요한 지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고 전했다.
내년 1월 개원하는 제119대 미 의회 상원 의석이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인 상황에서 공화당 의원 4명만 이탈해도 인준이 불가능한데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리사 머카우스키, 수잔 콜린스, 미치 매코널, 존 커티스 등 최소 4명이 게이츠의 인선에 완강히 반대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대립해온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게이츠 사퇴에 대해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콜린스 상원의원은 “게이츠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게이츠의 사퇴 발표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그는 매우 잘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가 매우 존중하는 행정부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면서 “맷의 미래는 밝으며 난 그가 할 훌륭한 일을 모두 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새 법무장관 후보로 20년 가까이 검사로 재직한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을 지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성명에서 본디가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마약류 밀거래를 단속하고, 펜타닐 과용에 따른 사망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녀는 강력범죄에 매우 터프하고, 플로리다의 가족들을 위해 거리를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게이츠의 사퇴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 등 부적격 논란이 있는 다른 지명자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헤그세스는 2017년 공화당 여성 당원 행사에서 만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을 비공개로 하는 조건으로 피해 여성에게 거액의 돈을 지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린다 맥마흔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 겸 전 중소기업청장에 대해서도 성 비위 의혹이 제기됐다. 맥마흔은 남편과 함께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를 운영할 당시 10대 링보이의 성적 학대를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실은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전직 링보이 5명이 맥마흔을 상대로 지난달 민사 소송을 내면서 알려졌다.
교육부 수장으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맥마흔을 지명하면서 그가 코네티컷주 교육위원회 위원으로 근무한 이력을 소개하고 적임자임을 강조했지만 최근 맥마흔이 위원으로 지명될 당시 위원회에 제출한 이력서에 학력을 잘못 기재한 의혹으로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경우 백신 회의론자로, 공중보건을 담당하는 수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케네디 주니어는 반(反)백신 단체를 설립하는 등 20년 동안 백신 반대 운동을 해왔고, ‘자폐증이 백신에서 비롯된다’, ‘백신 접종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와 같다’ 등의 주장을 펼친 바 있다. NYT는 “헤그세스와 케네디 같이 논란이 있는 후보가 지명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진지하게 내각 인사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게이츠 전 의원을 임명할 때 광범위한 조사없이 즉흥적으로 정했다”며 게이츠에 대해서는 “의회에서 가장 인기 없는 공화당 의원 중 한 명이었다”며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2기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한 피트 헤그세스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러셀 상원 사무실 건물을 나서고 있다. [EP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