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정부가 677조원 규모로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의 예비 심사 과정에서 14조원 넘게 불었다.
21일 현재 국회 17개 상임위 중 소관 부처 예산안을 전체 또는 일부 의결한 14곳의 예비 심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증액·감액 의견을 종합한 순증액 규모는 약 14조125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순증 규모는 보건복지위원회(약 2조9000억원), 행정안전위원회(2조6000억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약 2조4000억원) 등에서 컸다.
국토교통·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각 1조4000억원을 증액했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1조원가량 늘렸다.
복지위에서 순증 규모가 가장 큰 것은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 가입지원 예산이다.
여야는 정부안 대비 1조6379억원을 증액해 총 12조2590억원을 건강보험 재정을 위해 투입하기로 했다. 보험료가 예상 수입의 12.2% 수준으로 정부안에 편성돼 있었던 것을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예상 수입의 14.4% 수준으로 올린 것이다.
이와 함께 질병관리청 소관 코로나19 예방 접종비는 전액 국비 편성을 위해 3229억원이 증액됐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 마약류 예방·재활 전문인력 인증제 시행과 재활 프로그램 운영 사업 등을 위해 35억7200만원이 증액됐다.
행안위에서는 행정안전부 소관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항목이 2조4580억원 증액됐다.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예산 2조원이 새로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예비 심사를 마친 상임위별 예산 중 단일 항목으로 가장 큰 증액 규모다.
농해수위 증액분 가운데 상당 부분은 농가 경영비 안정 예산을 포함한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으로, 상임위는 여기서 2조2000억원가량 늘렸다.
특히 야당 지도부는 ‘개 식용 종식에 따른 폐업·전업 지원사업’에 대해 애초 삭감 입장을 밝혔으나, 농해수위에서 여야는 정부안(544억원) 대비 약 400억원가량 증액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위에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인 교통시설특별회계 항목 증가분이 1조343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호남고속철도건설 예산을 277억원 증액해 1666억여원으로 편성했고, 인천 및 수원발 KTX 운행을 위한 예산을 각각 70억원, 53억원 증액했다.
또 새만금 신공항 적기 건설을 위한 관련 공사 예산은 100억원, 가덕도신공항 건설공단 설립 운영을 위한 사업추진 예산은 5억5000만원 늘었다.
산자위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2000억원), 소상공인성장지원 예산(3450억원), 중소기업 모태조합출자 예산(1600억원) 등이 주요 증액 항목이었다.
농해수위, 국토위, 산자위 등의 예산은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와 밀접한 ‘알짜 예산’이다. 정부 긴축재정 기조에 여야 정쟁이 뒤섞인 올해 예산 국회에서도 지역구 사업 관련 예산은 대체로 무난하게 증액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과방위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첨단 산업 지원을 위한 예산이 대폭 늘었다. 인공지능(AI) 연구용 컴퓨팅 지원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예산이 3217억원 증액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관 예산에서 TBS 라디오 콘텐츠 제작 지원비가 신규로 25억원 편성됐다. TBS는 야권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의 정치 편향 논란 등으로 서울시 출연금 지급이 중단된 바 있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환경부 소관 예산에서 서울시와 경기 김포시의 노후 하수관로정비 사업에 약 1164억원, 경기도의 가축분뇨공공처리 시설 설치 지원에 약 411억을 각각 증액하는 등 총 8천102억원의 예산 증액이 의결됐다.
반면 환경부가 마포구 상암동 신규 쓰레기 소각장 건립을 위해 편성한 서울시 교부금 약 96억원은 전액 삭감됐다. 환노위는 서울시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촉법)과 시행령 위반을 삭감 이유로 들었다.
앞서 마포구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안호영 환노위원장과 환노위 예산소위 위원들을 만나 서울시에서 주민 동의 없이 추진하는 마포 쓰레기 소각장 추가건설 국비지원 예산 전액삭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방위·문화체육관광위·정무위는 정부 예산안에서 각각 6621억원, 5308억원, 1293억원가량을 증액해 의결했다.
여성가족위원회는 정부안 대비 약 153억원을 순증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예산이 52억2300만원 증액되고, 양육비이행관리원 지원 사업도 26억7200만원 늘어난 결과다.
외교통일위는 재외동포청 예산 135억원, 민주평통 예산 33억원을 각각 순증했다. 외교부·통일부 예산은 여야 합의 불발로 상임위에서 의결하지 못한 채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갔다.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북한 인권 관련 사업 예산 등이 쟁점이 됐다.
야당 주도로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 약 82억원을 전액 삭감한 운영위원회는 최종적으로 147억가량 순증됐다.
검찰·감사원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를 모두 전액 삭감한 법제사법위원회는 유일하게 정부안 대비 384억원을 순감해 예결위로 넘겼다.
예결위는 예비 심사가 완료된 상임위 순으로 예산안조정소위에서 감액·증액 심사를 진행 중이다.
예산안 의결을 마치지 못한 상임위는 금주 중으로 심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진통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다수 의석을 점한 야당이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상임위 심사 단계에서 증·감액을 강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행안위에서 증액 의결된 지역화폐 예산에 이어 야당은 교육위원회 소관인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예산도 대폭 증액을 예고한 상태다.
운영위는 법사위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실·감사원 등 소관 부처 특활비 예산에 대한 전액 삭감 요구가 쟁점이다.
기획재정위원회는 정부 예비비 삭감 규모를 둘러싼 이견으로 예산안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