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팩’처럼 자체 발열…전자부품, 제작온도 장벽 낮췄다

- DGIST 권혁준 교수팀, 낮은 온도서 고성능 가능 액상공정 박막 트랜지스터 개발


연구팀이 개발한 유연한 플라스틱 기판 위의 박막 트랜지스터.[DG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권혁준 교수팀이 재료 속에서 발생하는 ‘연소 열’을 활용해 기존보다 낮은 온도에서 고성능 액상 공정 기반 전자부품을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고온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열에 약한 플라스틱 기판에도 적용할 수 있어 휘어지거나 접을 수 있는 전자기기,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 등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우리 생활 곳곳에서는 쉽게 구부러지거나 얇은 전자기기가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 워치나 휘어지는 화면, 입는 센서 등과 같은 유연 전자기기는 편리함과 다양성을 더해주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이러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유연하면서도 강한 전자부품이 필수적이다.

유연한 전자기기 제작에 필수적인 박막 트랜지스터는 매우 얇고 정밀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액체 상태로 재료를 도포하는 액상 공정은 저비용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만, 기존에는 우수한 박막을 만들기 위해 고온이 필요해 열에 약한 플라스틱 같은 유연 기판에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온도를 낮추면서도 고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제작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해왔다.

권혁준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소 합성’ 기법을 적용했다. 이 방식은 마치 핫팩이 자체적인 열을 내어 따뜻해지듯이, 액상 공정에서도 재료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외부 온도를 높이지 않고도 고성능의 산화막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250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도 플라스틱 기판 위에 고성능의 박막 트랜지스터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권혁준(왼쪽) 교수와 장봉호 박사.[DGIST 제공]


개발한 트랜지스터는 유연성과 내구성 면에서도 기존 제품을 뛰어넘는다. 얇고 휘어지는 플라스틱 기판 위에서도 전기적 성능이 뛰어나며, 5000번 이상의 구부림 테스트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결과를 보여 차세대 유연 전자기기와 웨어러블 기기에 적합하다.

권혁준 교수는 “기존 액상 물질은 인쇄 기술과 연계성이 높은 큰 장점이 있었지만 모순적으로 우수한 박막을 형성하기 위해 높은 온도가 필요하여 열저항이 약한 유연 기판에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고성능의 액상 물질의 공정 온도를 획기적으로 낮추어 많은 응용 분야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npj 플렉서블 일렉트로닉스’에 11월 2일 온라인 게재됐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