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기술주에서 경기 순환주로 이동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 SK하이닉스↓· 삼성전자↑
[UPI]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뉴욕증시는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실적에 대한 긴장을 풀고 3대 지수가 동반 상승세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12일 이후 일주일여 만에 처음이다.
2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461.88포인트(1.06%) 오른 4만3870.35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30개 구성 종목 가운데 25개 종목이 강세를 보이며 지난 6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대형주 벤치마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1.60포인트(0.53%) 상승한 5948.7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6.28포인트(0.03%) 높은 1만8972.42를 각각 기록했다. S&P500지수는 460여 개 종목이 강세를 나타내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고, 나스닥지수는 전날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하락 마감한 지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으나 강보합 수준에 그쳤다.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도 1.65% 뛰며 상승세를 회복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올해 6월 대만 국립 타이베이 대학교 스포츠센터에에서 열린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GPU 블랙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
시장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주가 흐름에 주목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0.53% 오른 146.67달러(20만5352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3분기 실적 발표 후 호실적에도 시간 외 거래에서 1% 안팎으로 내렸던 것과 비교하면 ‘반전’에 성공한 셈이다.
주가는 장 시작과 함께 2% 이상 오른 149.32달러에 개장해 사상 처음 150달러선을 넘으며 152.89달러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지만, 다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에 대한 높아진 시장 기대치가 큰 주가 반등을 이끌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애스워스 데이모대런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는 “엔비디아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준다”며 “실적이 단순히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것이 아니라 최소 10% 이상 높아야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드 갈레 자산운용사 블루박스 어셋 매니지먼트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엄청난 수요는 이제 회사에 대한 기본 기대치가 됐다”며 “현재의 수익 수준이 끝날 위험성도 있지만, 흥미로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나머지 대형 기술주들은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매그니피센트7(대형 기술주 7개)’ 중 엔비디아만 강보합, 나머지 6종목은 모두 하락했다. 특히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미국 법무부가 인터넷 브라우저 크롬 강제 매각을 요구한 여파로 주가가 4.74%나 뒷걸음쳤다. 아마존 하락률은 2.22%, 여타 종목들은 1% 미만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임의소비재와 통신서비스 단 2개 업종이 각각 0.3%, 1.73%씩 하락하고, 나머지 필수소비재(1.24%)·에너지(0.82%)·금융(1.27%)·헬스케어(0.83%)·산업재(1.23%)·소재(1.2%)·부동산(0.64%)·테크놀로지(0.56%)·유틸리티(1.75%) 9개 업종은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기술주에서 경기 순환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였다.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규제 완화가 기업 실적 호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주목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10일~16일)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수는 21만3000명으로, 직전 주에 비해 6000명 줄어들었다.
마크 말렉 시버트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번 주 들면서 모두가 ‘트럼프 트레이드’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며 “모두 이를 좀 더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
한편 21일 코스피는 약세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66포인트(0.07%) 내린 2480.63으로 집계됐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은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모습이었다. 엔비디아와 실적 연관성이 높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800원(1.06%) 하락한 16만8800원으로 거래를 마쳐 지난달 2일(16만9100원) 이후 50일 만에 16만원대 종가를 기록했다. 한미반도체도 1.22% 하락,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반면 삼성전자는 1100원(1.99%) 오른 5만6400원으로 3거래일 만에 상승 마감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상승과 함께 실적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졌던 점과 블랙웰의 초기 판매가 시작되는 분기인 점 등을 감안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실적 가이던스”라며 “최근에 발표된 화웨이의 Ascend 910C가 자칫 엔비디아의 중국 향 실적 감소를 일으킬 수 있어, 당분간 엔비디아 및 AI(인공지능)에 대한투자 센티멘트가 악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