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높은 저축銀·상호금융 유리
국회가 기존 5000만원인 은행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새마을금고·신협·농협조합 등 상호금융업권도 이르면 내년 말 예금자 보호 한도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호금융업권은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기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 가입 대상이 아닌 세 업권은 각각 새마을금고중앙회, 신협중앙회, 농협중앙회에서 운영 중인 예금자보호기금을 통해 예탁금을 보호하고 있다.
이들 중앙회가 예금자 보호 한도를 높이려면 근거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새마을금고법, 농협협동조합법, 신용협동조합법 개정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권 관계자는 “예보에서도 각 업권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각 중앙회에서 이미 실무적인 업무는 진행 중”이라며 “법이 개정되는 날짜는 다를 수 있지만, 은행 기조에 따라 시행일은 이르면 내년 말이나 2026년 초로 통일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이후 2금융권으로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 고객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저축은행·상호금융업권이 은행권보다 예금금리가 높은 데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고 은행권이 줄줄이 예금금리를 내리면서 투자 매력이 더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5000만원까지만 보장해 고액 예금자가 많지 않았지만, 예금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되면 더 많은 자금을 넣으려는 소비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9월 기준 예금은행 1년 만기 정기예탁금 가중평균금리는 3.39%로, 같은 기간 신협 3.55%, 새마을금고 3.55%, 저축은행 3.73%로 은행권보다 상호금융업권·저축은행이 더 높다.
하지만 그만큼 저축은행을 비롯한 개별 금고·조합의 예금보험료도 올라가면서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상호금융업권 관계자는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과 관련해 외부 용역을 의뢰한 상태로, 결과를 보고 요율 조정 여부를 고민할 예정”이라며 “보험료율은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새마을금고 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뱅크런) 이후 예금자 보호에 더 민감한 환경”이라며 “실질적인 한도는 5000만원이지만 사실상 한도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험료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개별 금고·조합이 중앙회에 내는 보험료율은 새마을금고가 0.15%, 신협 0.20%, 농협 0.18% 수준이다. 일괄적으로 보유한 예탁금에 해당 비율을 적용해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각 중앙회의 예금자 보호 준비 기금은 새마을금고가 2조7000억원, 신협이 2조1000억원, 농협이 5조7000억원 규모다.
다만 상호금융업권의 경우 개별 금고·조합이 부실에 빠지더라도 합병을 통해 예금자의 예탁금 전액을 이미 보호하고 있는 점, 보험료율 상향에 따라 상호금융권도 예금금리를 하향 조정하면서 금리 매력이 떨어질 수 있는 점 등은 변수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말 그대로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다양한 변수가 있어 자금 이동이 어떻게 일어날지는 지켜봐야 안다”고 말했다.
은행권 예금자보호기금을 운용 중인 예금보험공사도 한도 상향 이후의 상황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이전과 다른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며 “하나의 원인을 특정하긴 어렵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된 후 정부가 시행 시기를 결정하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반 사항을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호금융업권 수신 잔액은 증가세를 보인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새마을금고·신협·농협의 수신 잔액은 900조2000억원으로, 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가 있었던 2023년 7월(856조7000억원) 대비 43조4000억원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115조312억원에서 102조5684억원으로 12조4628억원 감소했다. 문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