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도움으로 잠적한 이은해·조현수, 도피교사 무죄 확정

범인도피교사 혐의
1·2심서 유죄…대법 “무죄 취지 다시 재판”
원심서 무죄…대법 “무죄 확정”
‘계곡살안’ 방조범, 징역 10년 확정


이은해와 조현수. [인천지방검찰청]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계곡 살인’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이은해(33)·조현수(32)가 지인들에게 도피 생활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행위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헌법상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란 취지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받은 이은해와 조현수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파기환송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확정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2021년 12월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자, 지인 2명에게 은닉처와 은닉 자금 등을 지원해달라고 부탁했다. 지인들 덕분에 두 사람은 약 4개월간 잠적 생활을 하다 지난해 4월, 경기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이들은 보험금을 노리고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씨를 물에 빠지도록 해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윤씨는 수영을 할 줄 몰랐으나 이들의 강요에 의해 다이빙했다가 숨졌다. 이은해는 살인 등 혐의로 지난해 9월 무기징역을, 조현수는 징역 30년을 확정받았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살인죄와 별개로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판례에 따르면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자신의 도피를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헌법상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타인에게 허위 자백을 강요하는 등 방어권을 남용했다면 그땐 예외적으로 처벌 대상이다.

앞서 1·2심은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당시 1·2심 재판부는 “120일 넘는 도피 생활은 통상적인 도피 행위와 다르다”며 “두 사람이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통상적 도피의 범주로 볼 여지가 충분해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유죄 판결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도피 생활이 120일간 지속됐다는 것, 수사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했던 것, 변호인을 선임하려고 했다는 것, 일부 물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 등은 통상 도피 행위 범주에 포함된다”고 했다.

이어 “(도피를 도운) 행위자들은 친분 때문에 도와준 것으로 보이고 조직적인 범죄단체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며 “도피를 위한 인적, 물적 시설을 미리 갖춘 것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4번째로 열린 파기환송심 재판에선 무죄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항소2-3부(부장 신순영)는 지난 7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도피를 도운 이들이) 수사기관을 적극적으로 속이거나 범인의 발견 체포를 곤란 혹은 불가능하도록 적극적 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를 통상적 도피가 아니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우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다시 한번 불복해 대법원에 판단을 구했다. 재상고를 했지만 판결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대법원은 “원심(파기환송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한편 같은날 ‘계곡 살안’ 사건을 방조한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해서도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이은해·조현수의 범행 계획을 알면서도 피해자에게 다이빙 시범을 보인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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