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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마약류 사범으로 경찰에 검거된 의사가 올해 역대 최대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이미 올해 300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마약류 사범은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등을 직접 투약하거나 처방하는 것을 비롯해 제조, 유통, 소지한 사람을 통칭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24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된 의사는 294명에 달한다.
검거된 의사를 매달 30명꼴로 가정하면 올해 말까지 작년 323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다.
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된 의료인은 2020년 186명, 2021년 212명, 2022년 186명이었다.
경찰은 2022년까지 의사, 간호사 등을 묶어 의료인으로 마약사범을 집계했다.
전문가들은 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의학적 목적으로 직접 다루는 의사들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마약류에 쉽게 빠질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다고 분석한다.
윤흥희 남서울대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법적으로 마약류를 취급할 수 있는 직업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수의사 등 소수에 한정돼있다”며 “마약류를 불법적으로 쓰기에 아주 용이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약 관련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같은 세대인 의사들이 쉽게 유혹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윤 교수는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 18일 자신의 병원에서 여성 지인과 함께 프로포폴을 투약한 30대 남성 의사를 긴급체포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서울 강남의 유명 병원장 A씨가 환자 수십명에게 상습적으로 프로포폴 등을 투약하고, A씨의 아내마저 프로포폴 중독으로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다.
단속 강화와 함께 마약류 관리 시스템이 촘촘해진 것도 증가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마약사건 전문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님스·NIMS)에 대한 감시가 엄격해지면서 불법 및 오남용 처방 적발이 늘어났다”고 짚었다.
과거처럼 마약류를 빼돌리거나 시스템에 허위로 기재할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수사기관의 감시망에 덜미를 잡힐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박 변호사는 “의사들이 마약류를 약물 중 하나로 인식하면서 오히려 중독성이나 위험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처방 이후는 환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마약류를 신중하게 처방하는 인식이 필요하고, 그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