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지인 할인금은 실손보험 보상 대상 아냐”

A씨 “지인할인금도 보상해달라”
1심 보험사 승소→2심 A씨 승소
대법 “실손보험 보상 대상 아냐”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병원에서 지인할인 명목으로 할인을 받은 부분은 실손보험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보험자에게 손해의 전보를 넘어 오히려 이득을 주게 된다면 손해보험제도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오석준)는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피보험자 A씨를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 측 승소로 판단한 원심(2심) 판결을 깨고, 보험사 측 승소 취지로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A씨는 2005년 10월께 삼성화재와 1세대 실손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상해나 질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게 되면 입원실료와 수술비 등을 보상하는 내용이었다. A씨는 2016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한방병원에서 11회에 걸쳐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후 삼성화재에 보험금 1억 3000여만원을 청구했다.

갈등은 A씨가 한방병원에서 받은 ‘지인 할인금’을 두고 생겼다. A씨는 지인할인 명목으로 총 2000여만원을 할인받았다. 그는 보험사에서 해당 할인금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지만 보험사 측은 거절했다. 결국 A씨가 추가로 청구한 2000여만원의 지인 할인금을 두고 다툼이 생겼다.

해당 보험의 약관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피보험자가(A씨)가 부담하는 비용을 보험사가 보상한다.’ 여기서 ‘피보험자가 부담하는’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쟁점이었다.

보험사 측은 “실제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이라며 지인 할인금을 빼야 한다고 했다. 반면 A씨 측은 “원래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맞다”며 지인 할인금도 포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을 맡은 서울북부지법 11민사부(부장 송경호)는 2022년 6월께 보험사 측이 A씨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없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약관상 보험금은 A씨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게 타당하다”며 “실제 부담한 비용만을 보상하는 것이 실손의료보험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실비보험이라는 것이 실제 지출한 의료비를 보상하는 것을 넘어 추가 혜택이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4민사부(부장 이광만)는 지난해 4월, A씨 측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해당 약관의 의미는 그 뜻이 명확하지 않다”며 약관규제법의 대원칙상 해석이 모호할 땐 약관작성자(보험사) 측에 불리하게 해석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고객인 A씨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해당 특약에 따른 보험금은 지인할인에 의해 감면된 후 A씨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가 아니라 지인할인에 의해 감면되기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깨졌다. 대법원은 “원심(2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최종적으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손해보험은 보험사고로 인해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며 “피보험자에게 손해의 전보를 넘어 오히려 이득을 주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약관상 실제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비용을 담보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A씨가 할인받은 부분은 보상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약관의 내용이 다의적으로 해석되지 않으므로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2심)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깨고,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4번째 재판에선 다시 보험사 측 승소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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