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쌀보다 3~4배 수익, 대마농사 짓습니다”

토종대마로 오일,씨앗,막걸리,화장품 제품 개발 활발해

대마영농조합 “마약 오해받을까 꺼리는 풍토 안타까워”

순천 대마영농조합법인 김동현 대표(오른쪽) 부자가 11월 수확을 앞둔 대마밭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박대성 기자.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계약 재배를 통해 대마를 30만평 재배를 합니다. 농민들이 재배한 대마는 전량 수매해 드리고 있습니다. 쌀농사보다 수입 면에서 3~4배 농가수익이 나고 있어 만족도가 높습니다.”

순천시와 보성군 일대에서 대마(大麻) 농사를 지어 와인과 막걸리 등의 식품가공업에 뛰어든 대마영농조합법인 김동현(66) 대표가 추천하는 대마농사 강권법이다.

2015년부터 대마농사를 짓다 ‘대마영농조합법인’을 창업한 김 대표는 순천시 외서면에서 처음으로 대마를 들여와 재배를 시작한 이래 대마영농조합법인까지 세워 대마를 활용한 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을 연구하고 있다.

김 대표가 이번에 새로 개발한 대마씨앗을 발효시켜 만든 대마막걸리는 ‘대마술 와인(알콜도수 13도)’과 ‘마인주(8도)’로 시판되고 있는데 고급 양주를 음미하는 듯한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어서 ‘약주(藥酒)’로도 표기하고 있다.

이 곳에서 생산된 대마 와인과 막걸리 등 전통주와 대마오일, 토종헴프씨드는 전량 순천지역 농협에 위판되고 있으며, 인터넷 오픈마켓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순천 대마영농조합법인이 생산한 국내 최초의 대마술(와인)과 대마막걸리 ‘마인주’.


예로부터 ‘삼’으로 불린 대마는 줄기, 잎, 열매 등에 환각성분이 있는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etrahydrocannabinol)와 CBD(칸나비디올)가 함유돼 있어 양귀비(앵속)와 함께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무단 재배와 사용, 종자 소유 등이 금지된 식물이다.

하지만, 행정관청의 허가를 받고 농사를 지으면 농법도 어렵지 않고 벼농사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해살이풀인 대마는 6월에 파종해 가을이면 높이가 2m 이상의 대나무처럼 자라 11월이면 ‘수수알갱이’ 만한 씨앗이 맺히는데 이것을 ‘탈탈’ 털어 탈각해 식품용으로 가공해 사용한다.

‘마약’이라는 어감을 주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햄프씨드(Hemp Seed)’란 용어도 한국어로 하면 ‘대마씨앗’이다.

단백질과 아미노산, 오메가 3,6,9 등 필수 영양소가 풍부하면서도 칼로리는 낮아 슈퍼푸드로 전 세계인의 각광을 받는 건강식품이다.

대마씨앗은 고대로부터 약용으로 쓰여 왔으며 대마씨의 뛰어난 영양성분은 미국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6대 수퍼푸드로 불포화지방산 5종, 아미노산 18종, 비타민 3종, 미네랄 4종 등 몸에 좋은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햄프씨드 알곡이나 햄프씨드유(오일), 화장품은 시중에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대마씨앗 와인과 막걸리는 최초다.

국내에 들여온 일부 품종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들여온 외래종이지만 김 대표가 재배한 대마는 토종대마로 약효성분이 최소 5배 이상 높다고 보고돼 있다.

껍질을 벗겨낸 박피대마씨는 마약성분이 없어 식품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김 대표가 만든 대마씨앗 성분이 함유된 막걸리는 특허농법으로 제조됐다.

환각을 일으키는 THC 물질은 꽃과 잎, 줄기, 열매에 많은 농도로 들어 있다. 식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대마씨앗 만을 채취해 탈피한 뒤 사용해야 한다.

이곳 조합이 사용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식품(산업)용 대마씨앗은 THC 함량 10 mg/kg 이하, CBD 20 mg/kg 이하이다.

10년 전 대마농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재배가 서툴러 농사를 망칠 때가 많았지만, 시행착오를 겪고 노하우가 쌓이면서 지금은 안정적인 수확량을 보이고 있으며 그의 대마농사가 입소문이 나면서 관심을 갖는 농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순천 뿐만 아니라 보성군, 벌교읍, 고흥군 등지에서도 재배기술을 배우러 오는 농민이 늘어나 현재 120여 농가에서 30만 평의 삼을 재배 중이다.

대마는 암수 묘목을 교배한 뒤 암꽃을 수정해 씨앗이 만들어지도록 해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암꽃 묘목이 많이 나와야하는데 50%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고민이 있었다.

“우리나라 토종 대마는 50%가 암놈, 50%가 숫놈이기때문에 1천 평을 심어도 50% 밖에 수확이 되지 않아요. 그래서 이것을 타개하기 위해 온갖 대마와 관련된 책을 읽고 수소문하고 연구한 끝에 지금은 암컷 비율을 95%까지 올려 놓는 재배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죠”

소문이 나면서 대마농사를 짓겠다며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고, 김 대표는 이 분들에게 대마 재배기술을 전수해 줘 재배면적이 늘면 순천의 특화작물로 육성해 ‘대마특구’로까지 발전시키고 싶은 의욕이 있다.

김동현 대표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매년 선도 농업인과 농업법인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신지식농업인’에도 선정돼 제236호 장인이다.

김 대표는 대마산업의 미래전망을 보고 객지에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던 아들(김성규)을 불러 들여 부자가 함께 대마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성이 높아지고 “국산 토종대마를 재배하는 곳이 있더라”는 소문이 나면서 최근에는 외국의 한 기업으로부터 50억원대 펀드 투자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사세를 키울 기반이 마련됐다.

이 회사는 토종대마를 활용해 대마오일과 증류주 개발 등을 제안하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건강보조식품으로 팔리는 대마씨앗(햄프씨드) 제품이 대부분 수입산이지만, 순천대마영농조합법인이 생산하는 상품은 ‘순수 토종’ 제품이라는데 자부심이 있다.

대마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들깨향 같은 향이 방충제 역할을 해서 멧돼지 등 유해야생동물로 인한 피해가 없어 고령화 된 농촌에서 적합한 작목이다.

김 대표는 “쌀 농사가 300평 기준 100만 원 수입이 들어오지만, 토종 대마농사는 같은 평수에 3~4배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며 “계약 재배 농가로부터 kg당 1만 5000원 이상 연간 20톤을 수매하고 있는데 벼농사보다 수입이 좋다며 농민들이 좋아하신다”고 했다.

11월 수확을 앞둔 순천시 외서면 대마밭 전경.


대마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마약류관리법에 의해 관할 보건소의 허가를 받아야 지을 수 있다.

병원에서 약물 중독(도취) 검사를 받아야 하고 그 진단서를 첨부해 농사지을 토지대장을 확보해야 하고 마약전과 등의 범죄사실 조회 등의 과정을 거쳐 관할 보건소의 허가를 받아야 재배가 가능하다.

보건소는 관할 경찰서 마약수사대와 함께 대마의 오용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식약처와 전남도, 순천시 등과 함께 정기적인 합동 점검도 실시하고 있다.

관할 보건소에서는 대마의 부정유통을 막기 위해 잎이나 줄기 등을 폐기처분할 때는 검찰의 지시를 받아 현장에서 파쇄처리하는 등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김 대표는 “농민들이 양귀비처럼 대마재배도 마약으로 잘 못 알고 재배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식품용 대마는 식약처와 보건소, 경찰 등 관계 당국에 의해 합동점검 등을 받고 있다”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대마농사를 사시를 뜨고 보는 분들이 있어 대마산업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경북 안동 지방을 중심으로 삼베를 얻기 위한 대마농사가 주류를 이루지만 광활한 평야가 있는 남도에서는 건강기능식품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김 대표는 강조한다.

‘전남형 대마산업 육성’ 의지에 따라 근래 전남도청 공무원들도 벤치마킹 차 다녀갔으며 강진, 해남 등지에서도 “대마농사를 짓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자주 걸려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농어촌 고령화로 농업이 힘든 시기인데 어르신들도 농약 칠 걱정없이 손쉽게 재배할 수 있는 대마농사를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며 “전남도와 순천시에서도 ‘대마특구’ 지정 등을 통해 미국이 슈퍼푸드로 인정한 햄프씨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미래 유망작물인 대마에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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