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나눔이 세계로 전파되길”…김치의 날 ‘김치대전’ 현장[르포]

헤럴드미디어그룹·광주 MBC ‘2024 김치대전’
18개국 주한 대사 및 대사관 관계자, 여야 국회의원 한자리에
이하연 명인 “김치의날 제정 위해 드나들던 국회…감회 새롭다”


각국 대사 및 대사관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마당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김치대전에 참석해 김장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한국에 온 지 5년이 됐는데, 좋아하는 김치를 직접 담가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얀 쿠데르야비 주한 슬로바키아 대사)

“행사 참여를 계기로 김치의 날이 국가 기념일인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오늘 봉사가 더욱 뜻깊습니다.”(일반 참가자 박항준 덩키닥터 대표)

체감 온도가 영상 6도까지 떨어져 제법 쌀쌀했던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마당은 주황색 두건을 쓰고 같은색 앞치마를 두른 사람들로 채워졌다. 줄지어 서있는 탁자 위 하얀 배추와 새빨간 양념이 담긴 그릇 앞에서 갈피를 못 잡던 손길들은 금세 작업에 익숙해진듯 배춧잎 한 장, 한 장을 세며 김치소를 고루 메웠다.

11월 22일 ‘김치의 날’을 맞아 헤럴드미디어그룹·광주MBC가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유산인 김장문화를 보전하고, 김치 세계화를 선도하기 위해 주최한 ‘2024 대한민국 김치대전’에는 18개국 주한 외국대사 부부, 여야 국회의원, 일반 시민 등 총 122명이 참여했다.

전병호(왼쪽부터) 헤럴드미디어그룹 부회장, 주쳘현 의원, 타라쉬 파파스쿠아 주한 조지아 대사 내외, 윤상현 의원, 김기현 의원, 유준상 한국유엔봉사단 총재,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장동혁 의원, 김영상 코리아헤럴드 사장, 박준태 의원을 비롯한 내빈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마당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김치대전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각국 대사 및 대사관 관계자들은 K-푸드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김치를 담그는 김장에 직접 참여한 계기와 소회를 밝혔다. 얀 쿠데르야비 주한 슬로바키아 대사는 김치 양념을 두손 가득 들고 “좋아하는 김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짝이라도 체험해보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클로드 간자 주한 르완다 대사관 참사관은 “한국의 전통 음식인 김치를 기념하는 바로 오늘 김치를 담그는 축제에 함께하게 돼서 기쁘다”고 했다.

이날 김장이 생소한 외국인들의 자리를 일일이 찾아 ‘특별 코칭’에 나섰던 인물이 있다. 대한민국 김치협회 3·4대 회장을 지내며 김치의 날 제정을 위해 힘썼던 이하연 명인(전통식품명인 58호)이다. 김치의 날은 지난 2020년 국회에서 ‘김치산업진흥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국가 기념일로 제정됐다. 양념이 덜 된 배추에 김치 소를 채우던 이 명인은 “김치의 날 제정을 위해 드나들었던 국회에서 김장을 하는 행사를 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미소를 지었다.

타국에선 최초로 김치의 날을 제정한 아르헨티나 대사관 관계자들도 이날 행사에 함께했다. 다리오 셀라샤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는 “우리도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기념한다”며 “아르헨티나에는 광범위한 한국인 커뮤니티가 있고, 그들도 김장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김치와 ‘아사도(Asado)’라고 불리는 우리의 전통 소고기 요리는 아주 잘 어울리는 훌륭한 조합”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식(왼쪽부터) 의원, 윤은주 뉴코리아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어기구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마당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김치대전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여야 정치인들도 배추 한 포기씩을 들고 김장에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상현·김기현·장동혁·박준태·조지연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주철현·이해식·어기구·민형배·임미애·권향엽 의원이 참여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와 전종덕 진보당 의원도 함께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는 여러가지 정치적 상황들이 있지만, 여야가 방향은 달라도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서는 다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며 “김치로 하나되는 이런 행사가 또 열린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원래 김장은 정을 나누는 자리인데, 요즘은 사실 김장을 담그는 것이 돈이 많이 들어서 어렵게 됐다”며 “가족들과 친지들이 모여서 즐겁게 버무리고 또 함께 맛도 보고 하는 자리였는데, 앞으로도 좀 그렇게 되면 좋겠다. 김장을 포기한 김포족이 안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이들이 함께 담근 김치 1000㎏은 고려인들이 다니는 경기도 안성 로뎀나무 국제대안학교에 전달됐다.

전병호 헤럴드미디어그룹 부회장은 축사를 통해 “김치는 나눔이고 사랑이자 소통”이라며 “오늘 우리의 김장나눔 뜻이 전세계로 전파돼 지구촌 모두가 사랑하는 김치가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여러분의 정성과 사랑으로 만든 김치가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연말을 선물해줄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김영상 코리아헤럴드 사장, 장동혁·박준태·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마당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김치대전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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