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난 아리셀 공장[연합]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공장 화재로 23명이 숨진 일차전지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가 “아들이 실질적 경영자”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부인했다.
25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 고권홍)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대표 측은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의 변호인은 “박순관 피고인은 모회사 에스코넥 대표로서 아리셀에 대한 일정 부분을 보고 받은 것”이라며 “박 피고인은 아리셀을 대표하거나 총괄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등기상 아리셀 대표인 것이고 실체적 객관적 사실에 따라 아들이 아리셀의 실질적 경영자라고 주장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변호인 측은 “그렇다”고 답했다.
아리셀 공장은 지난 6월 24일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해 유해·위험 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그의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방해,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아리셀이 2020년 5월 사업 시작 후 매년 적자를 내자 불법 파견 비숙련 노동력을 투입해 무리한 생산을 감행하다가 사고를 야기한 것으로 판단하고 기소했다.
그러나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도 화재와 관련한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다.
박 총괄본부장의 변호인은 “일부 안전 조치가 부실했던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이 사건 사고는 화재 이틀 전에 발생한 (별도의) 전지 화재 원인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고, 화재 연기가 40초 안에 가득 찰 정도로 소화기로도 진압되지 않은 특성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업무 과실 부분과 사고 발생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 총괄본부장은 무면허 파견업체 소속 근로자 320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는 인정했다.
이날 재판은 사고 희생자 유족 20여명이 방청했다. 한 유족은 재판이 끝난 뒤 재판장에게 “중국사람이라서 중국에 가야 한다”며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재판을 빨리 처리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장은 “재판 절차라는 게 있다. 양해해달라”면서 “최대한 빨리 재판을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검찰은 군납용 전지에 대한 품질검사 과정에서 시험데이터를 조작한 혐의로도 박 대표 등 회사 관계자들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