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학계열, 중상위권大 ‘광범위’ 영향
의대 증원 문제도 안갯속…꼬여가는 대입
연세대학교 전경 [연세대 제공]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대학별 수시 논술고사가 한창인 가운데, 연세대 논술 사태의 법적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연세대 자연계 수시 논술에는 줄잡아 1만여명이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논술 사태 결과에 따라 타 대학 입시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험생들의 혼란도 커져가고 있다. 의료계가 최근 ‘내년 의대 모집 중지’를 주장하는 것 역시 내년 입시 복병이다. 교육부는 예정대로 증원된 의대 정원만큼 더 뽑겠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논술 여파 어디까지…연쇄 파급력에 ‘긴장’=25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의 효력을 정지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불복해 연세대가 제기한 항고 결과가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나올 전망이다. 항고심은 서울고법에서 진행되는데, 아직 기일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법원이 이번주 내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측은 우선 항고심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또 수시 합격자 발표일인 다음달 13일 전까지 본안 소송에 대한 결정을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고 있다. 현재 수험생들이 재시험을 요구하며 제기한 본안 소송의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연세대의 자연계열 논술 합격자 발표를 비롯한 입시 후속 절차들은 모두 중지된 상황이다.
합격자 발표까지 약 3주의 시간밖에 남지 않은 데다, 연세대 자연계 논술전형은 중복합격으로 인해 추가합격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 수험생들의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은 의·약학계열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에 함께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이들의 동시합격률과 상위권 대학들의 추가 합격자 비율도 높아 합격자가 자신이 원하는 대학 1곳을 정하면 대기 순번을 받은 학생이 그 자리를 채우는 ‘연쇄 이동’이 활발해진다.
실제로 종로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4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전형에서는 모집 정원(250명)의 120.5%에 해당하는 312명이 추가 합격했다. 2024학년도 ‘메디컬학과’(의대·치대·한의대·약대)가 있는 99개 대학의 수시모집 추가 합격자는 3333명으로 선발 인원의 101.3% 수준에 달했다.
이 때문에 이번 연세대 자연계 논술시험 효력 정지는 의대부터 의·약학계열을 포함한 상위권, 중위권 대학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입시업체의 관측이다. 수시 합격자 발표일까지 논술 관련 논란이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연세대를 포함해 여러 대학에 중복 지원했던 수험생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수시 미등록 충원 합격 통보 마감 시한인 12월 26일까지 대안을 마련하라고 연세대에 주문했다. 재시험에 대해서는 연세대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하면서도 수시 모집 인원을 정시 모집으로 이월하는 것에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정시 이월이 될 경우 연세대 논술 전형에 지원한 지원자의 수시 지원 기회 하나가 사라진다”며 “합리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의대 모집 중지” vs 정부 “되돌리기 어렵다”=의대 모집 정원에 대한 불안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미 내년도 의대 정원을 1500여명 늘려놓았지만 의료계는 이를 백지화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출범한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장 내년도부터 의대 모집을 중지하라고 입장을 공식화하는 등 의정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이 이뤄질 경우 현실적인 의대생 교육이 어렵다며 아예 신입생을 뽑지 말고 내년에 복학할 3000명만 교육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입시는 우리 사회에서 워낙 중요하고, 법적 규정에 따라 예측 가능해야 하고 공정해야 한다”며 “그런 원칙에 비춰보면 의료계 주장은 정부로선 정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입시업계 입장에서도 증원 취소보다 더 나아간 모집 중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수험생들이 의대뿐 아니라 다른 자연계열에도 지원하고, 올해엔 무전공 선발과도 연계돼 있어 의대 모집을 중지하면 결국 모든 대학과 학과에 영향이 가 입시 판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