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객, 귀국 후 번역기 사용해가며 서면역으로 직접 감사 손편지 보내와
가방을 찾아준 서면역 직원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 [사진=부산교통공사] |
[헤럴드경제(부산)=임순택 기자] 부산 지하철 직원의 친절에 감동한 대만 여행객이 감사하다는 내용의 손 편지를 부산 지하철 1호선 서면역으로 보내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대만 신베이시 중허구에 사는 50대 여성 율링 홍(이하 율링) 씨로 ‘서면역 직원의 친절함’에 깊은 감동을 받아 귀국 직후 직접 써서 보낸 것이다.
특히 율링 씨는 번역기를 사용해 서툰 한글로 손글씨를 정성스럽게 작성한 것이 눈에 띈다.
사연은 이렇다.
율링 씨 부부가 지난 10월 24일 오전 11시 10분께 부산 부산진구 지하철 1호선 서면역에 대만인 관광객이 들어왔다. 걱정스런 얼굴로 들어온 이들은 중국어로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귀 기울여 듣던 이성자 과장은 곧장 스마트폰을 꺼내 외국어 번역기 앱으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율링 씨가 남편과 부산에 여행을 왔다가 대만으로 돌아가는 날 지하철 1호선 서면역에서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가방 안에는 여권과 비행기표, 현금, 신용카드 등이 들어 있었으며,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몰라 당황해하고 있었다. 귀국 비행기 출발을 몇 시간 앞둔 시각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가 가방을 분실한 것을 알고 다녔던 곳을 되돌아가 보았으나 찾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었다. 가방을 찾지 못해 당황해하던 중 지하철 노인도우미 어르신의 안내로 서면역 역무안전실에 방문해 서면역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서면역에서 근무하는 이 과장은 최선을 다해 찾겠다며 율리 홍 씨를 안심시켰다.
이 과장이 율링 씨의 서면역 동선을 확인하면서 찾다가 마침내 화장실 맨 안쪽 칸에 있던 율링 씨 가방을 찾을 수 있었다. 율링 씨 부부는 무사히 대만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
이 과장은 오랜 근무 경험으로 평소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에 신속한 대응으로 빠른 시간에 찾아 준 것이다.
율링 씨는 귀국 후 가방을 찾도록 도움을 준 직원의 이름과 연락처를 몰라 무작정 서면역으로 감사 편지를 보냈고, 가방을 찾은 기쁨에 같이 찍었던 기념사진을 편지 안에 동봉하면서 서면역 직원이 이성자 과장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대만에서 편지와 함께 온 사진.(왼쪽부터 이성자 과장(부산교통공사 지하철 1호선 서면역 근무), 대만 여행객 율링 홍 씨, 오천수 서면역 노인도우미) [사진=부산교통공사] |
손 편지를 계기로 서로의 e-mail을 주고받은 이 과장은 율링 씨가 가방을 잃어버린 1시간 동안 누구도 가져가지 않은 ‘부산시민의 성숙한 시민 의식에 감동 받았다’. ‘부산이 즐겁고 행복한 곳으로 남을 것이다’, ‘기회가 되면 부산으로 다시 여행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내왔다고 한다.
생각지도 못한 정성 어린 편지를 받은 이성자 과장은 “부산 지하철에서 24년간 근무하며 평소와 같이 친절히 안내했을 뿐인데 이렇게 편지까지 보내주다니 오히려 고맙고, 업무에 보람을 느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