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를 수행한 이지석(오른쪽 끝) 교수 연구팀.[UNIST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5만 원권의 묵포도도에 자외선(UV)을 비추면 형광색이 드러난다. 금융업 종사자 등 전문가를 위해 숨겨놓은 위조 방지 정보다. 높은 보안이 필요한 품목에는 업계 관계자들만이 알 수 있는 ‘은닉형 위조방지 정보’가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은닉형 위조 방지 기술을 새롭게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지석 교수팀은 은 나노 입자를 이용한 은닉형 위조 방지 기술을 개발했다.
이지석 교수는 “기업이 하자가 발생한 자사 제품이 불법 복제 제품이 아닌지를 판단해 고객에게 알릴 때나, 높은 수준의 보안성이 필요한 고가의 예술품, 군수품 위조 방지 등에 유망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개발된 기술은 은 나노입자가 자외선에 노출되면 변색 되는 단점을 역으로 활용했다. 발색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고분자 그물에 은 나노입자를 가둬 나노입자의 성장을 조절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그물의 크기가 크면 은 나노입자 크기가 커져 노란색에 가까운 빛을, 그물 크기가 작으면 입자 크기가 작아지고 빨간빛을 띠게 된다. 성분 배합에 따라 자외선을 쪼였을 때 고분자 그물의 촘촘함과 은 나노입자의 발색이 달라진다.
연구팀은 이 은 나노입자가 포함된 고분자 구조체를 픽셀 삼아 고해상도 발색 이미지를 만들었다. 기존 공정보다 제작 시간을 1/10로 단축한 자동화된 광식각 프린팅 공정으로 반 명함 크기보다 큰 앵무새 이미지를 30분 안에 찍어냈다. 디지털 방식 공정을 이용하기 때문에 원하는 모든 이미지를 컬러 프린팅할 수 있으며, 채도와 색조 또한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대표이미지][연구그림] 개발된 기술로 만든 위조 방지 정보. (상단) UV를 쪼여 나타난 앵무새 이미지 (중단) 채도를 조절한 이미지 (하단) 시간정보가 저장된 바코드 배열.[UNIST 제공] |
또 고분자 구조체를 빨강, 노랑, 파랑 바코드 형태로 배열하는 방식으로도 위조 방지 정보를 만들 수 있다. 자외선 노출 시간에 따라 발색이 달라져 시간 정보 또한 바코드에 저장된다. 시간 정보까지 이용하면 3원색을 이용한 배열 조합보다 정보량이 1000배 이상 늘어 최대 303까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색상의 종류를 늘리기 위한 추가적인 합성 과정이 필요 없고 바코드 입자를 연속적으로 배열해 이미지를 만들면 사실상 정보의 양을 무한대로 늘릴 수도 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해 바코드의 시간 정보까지 판독할 수 있도록 했으며, 판도 신뢰도 또한 98.36%까지 올렸다. 인공지능이 재질 배합, UV 노출 시간과 실제 나타난 바코드를 분석해 정품 여부를 판정한다.
유병천 연구원은 “제조 공정이 매우 단순하고 색상 재현성 뛰어나 위조 방지를 비롯한 정보 암호화 시스템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에 11월 20일 온라인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