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준 노동연구원장이 26일 용산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고용노동부와 함께 개최한 ‘합리적 계속고용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제공] |
60세 정년제 후 임금 20%↓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60세 초과 고령근로자에 대한 계속고용 방식을 두고 사회적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계속고용연령 상향과 함께 일본형 단계적 의무 고용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금체계 개편에 따른 취업규칙 변경절차 특례 입법화, 임금체계 수준 조정 시 제기될 연령차별 이슈에 대한 예외사유 정비, 구체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학계의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고용노동부와 함께 개최한 ‘합리적 계속고용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외국의 계속고용 제도 변화 흐름과 함께 인구변화 및 노동시장 상황을 공유하고 바람직한 계속고용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허재준 노동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계속고용 방향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는 노동시장 내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 이유와도 중첩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은 노사 간 이견이 첨예한 사안이다. 노동계는 임금 삭감 등 조정 없는 고용 연장을 주장하나 사측은 이 같은 계속고용이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임구감소시대의 바람직한 계속고용’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정년 연장의 실질적 의의는 이직 및 전직을 통해 60세 근방에서도 일할 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균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는 50대를 위해 임금 조정, 업무 재배치 등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권고사직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며 “임금 체계의 전반적 개편 등 노동시장 구조 변화 없이 정년 연장 대상층 일부의 임금 조정만을 동반하는 정년연장으로는 기업의 인사관리 행태를 변화시키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적으로 볼 때 정년이 연금 연령보다 낮은 나라는 없다는 점에서 의무 계속고용연령을 연금수급연령에 맞춰 단계적으로 높이는 제도개혁이 시급하다”며 “임금 체계 개편 또는 수준 조정 관련 사회적 합의를 전제하는 정년 연장을 시도하되 합의가 어렵다면 정년 후 기간제 재고용을 중심으로 하는 ‘일본형’ 단계적 의무 계속 고용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을 위해선 임금 조정 등 체계 개편이 필수적임을 시사한 것이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김기선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속고용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정년 연장 ▷재고용제도 ▷기업의 여건에 따라 정년연장 또는 재고용 선택 등을 제시했다.
정년 연장과 관련 김 교수는 “연금수급연령 상향에 맞춰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되, 일정 규모 이하의 중소기업에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면서 “임금체계 개편을 의무화하되 이로 인한 분쟁 발생이 예방되도록 최저임금법 제6조의2와 같은 취업규칙 변경절차의 특례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집단적 동의권 남용방지 법리를 입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 내 인력배치의 필요성을 감안해 배치전환 및 전적의 정당성 판단기준을 명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더불어 임금체계나 수준 조정 시 연령차별 이슈가 제기될 것이기에 차별 금지 예외사유 정비, 구제절차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재고용 제도 관련 김 교수는 “희망자를 모두 포함할지와 같은 재고용 대상자 범위와 정년퇴직한 사업장에 재고용되어 관계기업에 파견되는 경우를 포함할지 등 재고용 조치의 유형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재고용하면서 임금을 조정할 경우에도 차별 금지에 저촉될 수 있어 관련 법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고, 구제절차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고용 연장 거부는 부당해고와 법적 성격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둘러싼 분쟁 구제를 담당할 노동위원회 절차 신설 필요성”도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장은 “연공제는 고령자 임금을 생산성보다 높게 설정하고 이에 따른 기업의 부담의 증가를 제한하기 위해 정년이 설정된다”며 “임금체계 변화 없는 정년 연장 시 고용 증가 효과가 제약되고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고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임금 조정과 관련해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승호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안전망연구센터 소장은 “과도하게 임금이 조정된 경우 연령차별금지에 따라 구제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정년 후 재고용 과정에서 하향 조정되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보장하는 보조금 신설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김문수 고용부 장관,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이 참석했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일률적으로 법적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청년 세대의 일자리도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이 함께 계속고용을 위한 치열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토론회에서 나온 귀중한 의견이 사회적 합의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도 축사에서 “계속고용 문제는 고령 근로자의 일할 기회와 노후 생활 보장, 기업의 인력난 해소, 국가의 성장 잠재력 제고 등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이슈”라며 “2013년 법제화한 60세 정년연장 제도에서 경험했던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구체적 제도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당위적 논의가 아닌, 우리 노동시장의 특수성에 맞는 세밀한 실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