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 ‘컨버터블’(차 지붕을 개폐할 수 있는 자동차)은 소비자가 이름 붙인 ‘뚜따’(뚜껑을 따다)나 ‘오픈카’부터 업체가 붙인 ‘카브리올레’나 ‘드랍탑’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수식어가 붙는 차종이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한 번씩 꿈꾸는 로망이고, 제조사들에는 기술력을 뽐낼 무기가 된다.

BMW가 3년 만에 부분변경 모델로 출시한 BMW 뉴 420i 컨버터블(사진)도 마찬가지다. BMW는 기존 3시리즈로 출시되던 준중형 모델에서 쿠페와 컨버터블을 따로 떼 ‘4시리즈’를 출시했다. 최근 뉴 420i 컨버터블을 타고 서울 동대문구에서 인천 중구 일대까지 약 200㎞를 주행하면서 차량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첫 만남은 ‘날렵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차량의 전장과 전폭은 각각 4770㎜, 1845㎜로 3시리즈와 비슷한 수준이다. 3시리즈보다 50㎜ 낮은 1385㎜의 전고가 역동적인 이미지를 살리는 데 한몫을 한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자 차량의 또다른 매력이 번뜩인다. 1열 헤드룸 버튼을 조작해 소프트톱 오픈을 테스트해 봤다. 20초가 채 걸리지 않아 소프트톱이 접혀서 트렁크에 삽입됐다.

주행 과정에서도 BMW 특유의 기술력이 오롯이 느껴졌다. 소프트톱은 터널음이나 도시음 등 주위 잡음을 충실하게 막아줬다. 이날 13도에서 15도 수준의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도 시트 헤드레스트에서 나오는 ‘넥워머’ 기능 덕분에 전혀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컨버터블 차량이라 실내와 트렁크는 공간이 좁아질 수밖에 없지만, BMW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축간거리(휠베이스)를 2850㎜로 넓게 구성해 2열 레그룸을 대폭 확대했다. 트렁크도 차량 후면부 두께를 두툼하게 설계하면서 소프트톱 오픈 시 385ℓ, 내릴시 300ℓ를 확보했다. 골프가방 한 개를 싣기에 넉넉하고, 여행가방 2~3개 정도는 충분히 넣을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다.

출중한 주행성능은 여전히 발군이다. 차량은 트윈파워 터보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8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를 탑재하면서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1.6㎏·ｍ를 뽐낸다. 함께 탑재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배터리와 전기모터도 차량에 많은 힘을 보탠다. 오르막길에서도 밀림이 없고 가속페달에 가볍게 발을 대도 듬직한 탄력이 올라온다.

BMW 뉴 420i 컨버터블의 국내 출시 가격은 트림에 따라 M 스포츠 패키지가 7480만원, M 스포츠 프로 패키지가 7900만원이다. 컨버터블을 꿈꿨던 카 마니아가 입문용으로 충분히 노려볼만한 가격이다. 다양한 편의사양이 탑재된 BMW 특유의 매력에 빠지고 싶은 팬층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