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이 투자 확대의 전진기지
한글 확산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인도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무한합니다. 한국 경제가 이에 선순환적으로 접목될 수 있도록 대사관이 전진기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성호 주인도 한국대사가 22일 인도 뉴델리 야소부미 ‘한·인도 경제협력포럼 2024’에서 헤럴드경제와의 부임 후 첫 인터뷰를 통해 전한 일갈이다.
이 대사는 외교부 내에서 손꼽히는 경제통이다. 외교통상부 시절 ‘통상’ 부문 실무 요직을 두루 거치고 2013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근무했다. 외교부 복귀 후에도 국제경제국장, 경제외교조정관 등을 거쳤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9년에는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부대표로 활약했다. 경제협력 확대가 가장 절실한 인도에 그가 부임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확정되면서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Global Value Chain)은 더욱 빠르게 붕괴할 전망이다.
인도는 가장 유력한 중국의 대안이다. 수교 51주년인 한-인도 경제협력 규모는 아직 초라하다. 우리나라 무역에서 인도 비중은 11위(비중은 2%), 직접투자 규모는 20위(비중 1%)에 불과하다. 전 세계 인구 1위, 국내총생산(GDP) 5위인 인도와는 어울리지 않는 숫자들이다.
제도적 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이 큰 탓이다. 인도는 주별로 지방자치가 강력하고, 제도 뿐 아니라 언어와 문화도 다르다. 기업들이 인도의 낯선 제도와 문화에 적응하고 자생하는데 그만큼 대사관의 역할이 절실하다.
“한-인도 무역 규모가 2022년 278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양국 정부가 기업애로 신속 처리 체계(Fast Track Mechanism)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인도에 진출한 기업들이 현지에서 겪는 어려움을 인도 유관기관에 전달할 창구가 만들어진 것이죠.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정 협상도 진행 중입니다. 무역뿐 아니라 투자 환경도 빠르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 최근 대기업부터 중소벤처기업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금융, IT, 식품, 섬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롭게 인도에 진출하거나 기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대사는 우리 기업들의 진출을 돕기 위해 인도 주 정부와의 교류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인도는 29개 주의 자치권이 강력해 각각이 독립된 국가와 가깝다. 집권당은 제각각이지만 인센티브는 물론 각종 인허가 권한까지 주 정부가 갖는다. 주정부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구축하면 인도시장에 안착하기도 그만큼 용이해질 수 있다.
“인도 주정부에서 매년 개최하는 국제 투자유치 행사에는 세계 각국의 정부 및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구자라트주와 타밀나두주에 행사에는 우리나라도 파트너 국가로 참여해 우리 기업들의 활동을 홍보했습니다. 대사관은 이런 활동들을 앞으로도 전폭적으로 지원할 생각입니다”
경제협력의 바탕은 민간교류다. 여행이나 문화체험 등을 통해 교류가 확대되고 깊어지면 자연스레 경제협력의 수준도 높아지게 된다. 이 대사도 탄탄한 경제협력 기반을 위해서는 양국이 서로를 제대로 이해할 기회를 충분히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막상 부임해 보니 인도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알려진 점이 많은 듯했어요. 오해 때문이겠죠. 서로를 편견 없이 바라보기 위해서는 존중을 바탕으로 이해를 높일 기회를 더 많이 가져야 하겠죠. 다양한 계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현재 주인도 한국대사관은 한식행사(Korea Street Fair), 지방 방문 카라반 행사, 한국영화제, K-POP 경연대회 등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지역·분야별 비즈니스 포럼과 양국 싱크탱크 전문가들의 세미나도 지원하거나 주최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할 부분은 한글이다. 세종학당이 매년 개최하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인도인 참가자 1위에 올랐다. 대사관은 한국어 확산을 위해 다양한 대상별 맞춤 프로그램들을 마련할 계획이다. 홍길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