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 세계 반도체 수출 19.5% 차지
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 대세계 반도체 수출 동향. [무협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아세안(ASEAN) 지역의 반도체 산업 성장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한국도 아세안 국가들과 맞춤형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7일 한국무역협회(회장 윤진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아세안 반도체 산업의 도약: 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 지역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 및 중국 외 거점을 확보하는 ‘차이나+1’ 전략에 따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미·중 패권 경쟁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세안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전통적 강자로 꼽힌다.
보고서는 아세안 지역 내에서도 전기·전자산업 경쟁력이 우수하고 해외 투자 유입이 활발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3개국에 주목했다.
실제로 이들 국가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 글로벌파운드리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투자가 쇄도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대중 압박이 거세지며 제재 회피 목적으로 아세안 지역에 진출하는 중국 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아울러 반도체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3개국의 최대 수출 산업이다. 2022년 기준 이들 3개국의 반도체 수출은 전 세계 반도체 수출의 19.5%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과 한국의 반도체 연평균 수출이 각각 9.9%, 9.3% 증가한 것에 비해 말레이시아 10.7%, 베트남 27.3%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도 인적 자원과 지정학적 강점을 바탕으로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싱가포르는 자국 내 기술 역량 혁신과 법인세 감면을 통한 해외 투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국가 전략을 바탕으로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첨단 패키징 기술과 인력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역시 2050년 반도체 산업 매출 10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보고서는 아세안 반도체 산업 특성상 첨단 기술 및 장비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 영향이 제한적인 점에 주목했다.
아세안의 반도체 산업은 조립·테스트·패키징 등 후공정 위주의 구조로,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패키징은 범용 장비를 사용하고 개별 업체의 노하우가 중요한 분야다. 각국의 추가 제재가 있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가 본격적으로 제재를 강화하고 첨단 패키징의 자국 생산을 유도하더라도, 전 세계 첨단 패키징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허슬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아세안은 반도체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이자 한국의 후공정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대상”이라면서 “아세안 각국의 대미·대중 협력 정도가 상이한 만큼, 미국 신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맞춰 ‘맞춤형 협력 전략’ 및 리스크 분산이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