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설 특보가 내려진 전북 진안군 진안읍 익산∼포항 고속도로에서 화학물질을 실은 트럭이 눈길에 미끄러져 뒤집혀 있다. [연합] |
하늘길 닫히고 지하철은 출고 지연 사태 빚어져
기상청, 28일 오전까지 간헐적 눈 계속 전망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역대 11월에 내린 눈 가운데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록한 27일 오전, 수도권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비행기는 결항됐고 지하철은 출고 지연으로 눈을 피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던 시민들의 발을 붙잡았다. 도로에선 추돌 사고가 잇따랐다.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기준 이날 오전 8시 현재 서울의 적설량은 16.5cm를 기록했다. 기상관측 117년만에 11월 기준 최심 적설량이다.
출근 시각에 맞춰 대량의 적설량을 기록하자 시민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문제는 갑작스럽게 내린 눈 때문에 지하철 출고 자체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 9호선 관계자는 “눈으로 인해 차량 기지에서 열차를 출고하는 작업에 지연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열차 운행도 지연됐다”면서 “9시 40분 기준으로 7분가량 지연됐고, 한때 8∼9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에서도 일부 지연이 발생했다.
서울 지하철 승강장에 갑자기 승객들이 몰리면서 안전문을 닫는 데에 시간이 걸려 일부 열차가 지연됐고, 5·7호선 군자역에서는 습기 때문에 승강장 안전문이 고장 나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직접 찾은 9호선 여의도역 역시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전광판에는 “폭설로 인한 열차 출고 지연으로 김포공항행 급행열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 문구가 나왔다. 지하철에 탑승하려는 인파는 승강장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계단으로까지 이어졌다.
조모(30)씨는 “평소보다 확실히 붐비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ㅇ했다. “눈 때문에 늦었다”는 내용의 통화를 하는 시민도 포착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9호선 열차 1대가 고장나 8∼9분가량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량진 등 일부 역에서는 스크린도어 장애가 발생하며 이용객들 사이에서 “출근 지옥”이라는 분통이 터져 나왔다. 스크린도어 장애물 감지 센서에 눈이 달라붙어 오작동을 일으킨 것 같다는 말이 나왔으나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은 특별한 문제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첫눈이 내린 27일 오전 경남 거창군 북상면 황점마을 앞 도로에 많은 눈이 내리자 제설 차량이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 |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1∼8호선 ‘러시아워’ 운행 시간을 기존보다 30분 늘려 오전 9시 30분까지로 연장 운행했다. 수도권 전철은 출근 시간 혼잡도 완화를 위해 증편 운행에 나섰다. 코레일은 1호선 6회, 수인분당선 3회, 경의중앙선 2회, 경춘선 1회, 경강선 1회씩 증편했다.
교통사고도 이어졌다. 오전 8시 19분께 천호대로(군자교통단→군자교입구) 4차로에서 추돌사고가 발생해 도로가 부분 통제됐고, 성산로(성산대교남단→성산대교북단) 3차로도 추돌사고로 부분 통제 중이다.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준으로 도심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15.6㎞, 서울시 전체 평균은 18.0㎞였다. 평상시 서울 도심의 오전 7시∼9시 기준 통행 속도는 시속 21㎞대다.
경기권에서도 사고가 잇따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10분께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구리포천고속도로 남양주터널 인근 서울 방향에서 SUV차량과 화물차가 추돌했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도로가 부분 통제되면서 출근길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경찰은 차들이 터널 밖으로 나오면서 도로에 쌓인 눈으로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오전 5시 50분께에는 수도권 제1순환선 노고산 2터널과 양주 요금소 사이 도로에서 화물차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의도 IFC타워 앞에서 만난 송모(25)씨는 “잠실에서 택시로 출근하는데 어제보다 30분이 늦었다. 녹은 눈 때문에 빨리 걷지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5시 30분께에는 폭설에 무거워진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서울 성북구 성북동 일대 주택 등 가구 174호에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많은 눈이 쌓이면서 ‘눈폭탄’을 머금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내려앉아 통행에 지장을 주는 상황도 도심 곳곳에서 목격됐다.
서울 등 중부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리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염곡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눈을 맞으며 걸어가고 있다. [연합] |
항공기 결항도 잇따랐다. 눈과 함께 강풍이 동반되면서다. 한국공항공사와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운항 예정인 항공편 430편 가운데 김포공항 기상 악화로 현재까지 제주 기점 6편이 결항됐고, 제주 해상에 내려진 풍랑특보로 여객선 운항도 대부분 결항됐다. 제주공항에는 현재 초속 8.5m의 강한 바람이 불고 급변풍, 강풍경보가 이어져 항공편 운항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
제주 앞바다에도 풍랑경보가 내려지면서 제주에서 목포, 완도 등을 오가는 여객선도 대부분 결항됐다. 제주 해상에는 바람이 초속 10~22m로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최대 5m 이상으로 매우 높게 일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서울 동북권 일부 지역 적설량은 20㎝를 돌파했다. 성북 20.6㎝, 강북 20.4㎝, 도봉 16.4㎝, 은평 16.0㎝ 등이다. 서울시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새벽부터 인왕산로, 북악산로, 삼청동길, 와룡공원길 등 4곳의 도로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오전 7시부터는 제설 비상근무를 2단계로 격상했다.
기상청은 이번 눈은 28일 오전까지 간헐적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상청은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 충청내륙, 전북동부, 경북북부내륙, 경남북서내륙에 습기를 머금은 무거운 눈이 다시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