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천대사는 드라마 선덕대왕에 나오는 등장인물로 주인공 미실을 돕는 스님이다. 요즘 이 이름이 다른 식으로 불리는 데 노후에 매월 연금으로 월 1000만원이 나오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한다. 실제 자산가 중에는 노후 현금흐름을 매월 1000만원이 나오도록 설계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은퇴 준비의 시작은 필요한 자금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막연하게 어림잡아 월 200만~300만원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여러 상황과 은퇴 전 생활 수준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산출해야 할 것이다. 필요한 은퇴 자금을 추정하려면 노후 생활과 그에 따라 필요한 비용이 무엇인가 생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막연하게 월 얼마라고 생각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실제 은퇴 지출은 사람이 웃는 것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블란체(David Blanchett)는 이를 ‘은퇴 소비 미소(retirement spending smile)’라고 이름지었다. 은퇴 초기에는 여가나 취미활동 등으로 지출이 늘어나고 나이가 들면서 감소한 다음에 수명의 마지막에는 의료비가 많이 소요되면서 지출이 다시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은퇴 이후 지출 패턴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현금흐름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부부의 경우 남은 배우자의 생활비와 의료비용이다. 2023년 통계청 수명표에 따르면 남성 기대수명은 79.9세, 여성은 85.6세이다. 대략 6년 차이인데 3~4세 차이로 결혼한다면 남편 사망 후 홀로 남은 부인이 10년 정도를 혼자 살게 된다고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필수 은퇴 자금은 부부 함께 생활비, 남편 의료비, 홀로 남은 부인 생활비, 부인 의료비 등 4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은퇴 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100이면 100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은퇴 자금 역시 정답은 없다. 성공적인 은퇴 생활을 보내고 있는 한 은퇴자는 “부인과 함께 엑셀 시트에다가 반드시 필요한 생활비를 적어 보니 은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은퇴 후 생활비는 은퇴 전의 70% 수준 정도가 되어야 행복감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즉 은퇴 전 월 100만원을 소비했다면 은퇴 후 월 70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소득대체율을 65~75%로 권고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표적인 은퇴 후 필요 생활비로서 국민연금공단의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가 있다. 최근 2021년 조사에 따르면 부부 기준 최소 노후 생활비는 월 198만7000원, 적정 노후 생활비는 277만원으로 조사됐다. 개인기준으로는 최소 124만3000원, 적정은 177만3000원이다. 연령대 별로 다른데 부부기준 적정 생활비의 경우 50대 미만은 332만8000원인데 60대는 288만원, 80세 이상은 226만8000원으로 나이가 들수록 감소했다. 눈에 띄는 것은 필요 생활비의 증가 추세다. 10년전인 2011년의 경우 부부기준 적정 생활비는 184만원, 최소는 130만4000원이었다. 10년간 각각 50.54%, 52.38%나 증가했다. 이는 은퇴 생활을 위협하는 물가상승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10년 후인 2031년에는 적정 417만원, 최소 302만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은퇴 후 필요 자금을 고려할 때 반드시 물가 상승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통계 자료를 참조해서 배우자와 함께 은퇴 후 얼마나 필요한 지 따져보는 것이 성공적인 은퇴 준비의 시작이 될 것이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경영학(연금금융)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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