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관세 엄포’ 협상용에 무게…“결국 미국이 손해본다”

경제장관 “곧 대화개시 전망”
중앙은행 총재 “북미 3국은 생산파트너”


멕시코 외교장관을 지낸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 장관이 지난 10월 15일(현지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멕시코 및 미국 기업인들과의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차기 행정부가 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맞대응을 천명한 멕시코 정부는 이른바 ‘관세 전쟁’에서 승리를 자신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관세 엄포’는 협상용 카드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27일(현지시간) 멕시코 외교장관을 지낸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 장관은 현지 라디오방송 ‘라디오포르물라’ 인터뷰에서 “양국이 서로 관세를 매겼을 때 멕시코가 미국에 승리할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면서 “미국은 멕시코와의 교역이 매우 필요하다는 점을 주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멕시코 경제부 통계 자료를 보면 교역액 기준으로 멕시코는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관세가 결국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 대기업과 관련된 세금이자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사실을 트럼프 당선인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쌍방 관세 부과에 따른 악영향을 트럼프 당선인이 그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미 대통령 당선인이 진정 원하는 것”은 관세 부과 현실화가 아닌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정말로 관세를 매기고 싶었다면, 취임 두 달 전에 미리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가 관심 있는 게 무엇인지, 논의 테이블에 올리고 싶은 의제로 삼은 게 어떤 것인지 이미 말했기 때문에 저는 곧 대화가 개시될 것이라는 전망에 낙관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좀비 마약’ 펜타닐 문제를 거론하면서 취임 첫날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명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며 “관세는 펜타닐 등 마약과 불법 외국인들의 미국 침략(이주)이 멈출 때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적었다.

미국 최대 현안인 마약 밀반입 차단과 서류 미비(불법) 이주민 흐름 억제에 있어서 멕시코에서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장전했다는 게 에브라르드의 논리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있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며 “이런 배경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하에서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다는 것도 매우 분명하다”고 말했다.

경제학자인 헤라르도 에스키벨 멕시코국립자치대(UNAM) 교수 역시 영국 BBC스페인어판(BBC문도)에 미국과 멕시코처럼 상호 의존적인 경제 모델에서 “감히 관세 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오히려 협상의 여지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을 멕시코 등에 촉구하는 트럼프 스타일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멕시코 중앙은행(BANXICO·방시코)은 별도로 ‘미국발(發)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시나리오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빅토리아 로드리게스 방시코 총재는 “멕시코, 미국, 캐나다는 이제 단순한 교역 상대가 아니라 생산 파트너로 봐야 한다”며 “북미 3국 무역 협정은 역내에서 경제적 이익을 창출했다”고 설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그는 미국에서 촉발할 수 있는 상황과 관련한 모든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다면서, “최근 며칠간 페소화가 가치 하락을 경험했으나, 외환 시장에 개입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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