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에게 “내가 평생 녹여줄게~?” 성무고 의심 사건, 법원 재정신청 난발

법원마크


[헤럴드경제=임순택 기자] 최근 들어 성무고 의심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성범죄 피해자로 보기 어려운 결정적인 증거가 나와도 ‘손해 없으니 끝까지 간다’는 식으로 이의신청과 법원의 재정신청까지 난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40대 여성 A씨는 동갑인 B씨가 자신을 준강제추행했다며 울산지법 제1형사부에 재정신청을 접수했다. 이어서 이달 20일 여성가족부 성폭력피해자 무료 법률지원사업 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알려진 C변호사는 A씨의 피해자 변호사 의견서까지 제출했다.

A씨는 지난 2월 14일 새벽 2시30분쯤 B씨와 울산 남구 삼산동 모식당에서 만나 소주 7~8병을 나눠 마셔 술에 만취한 자신을 B씨가 인근 모텔로 강제로 끌고 가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강제추행을 했다며 한 달이 넘은 3월 20일 울산남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A씨가 주장하는 것은 음주량부터 B씨의 결제 내역과 달랐다. 또, 더욱 충격적인 것은 B씨의 자동녹음 기능으로 드러난 A씨와의 대화였다. 그것이 성범죄자로 내몰린 B씨를 구한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A씨가 B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각은 2월 14일 새벽 2시30분경. 그러나 사건발생 20시간만인 2월 14일 오후 10시 40분경에는 “(오늘 밸런타인데이네) 미안해 내가 평생 녹여줄게”, 2월 15일 “(응. 아이러브 유)응. 아이 러브 유는 조금 이따 해라. 뭘 벌써 ‘아이러브 유’고?”, 2월 18일 “남자친구 있어 좋다” 2월 19일 “(응. 알지, 내 마음?”, 응 사랑한다. 많이) 어 알지. 어. 알았어) 등 강제추행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대화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대화 내용이 오갔다.

또, B씨 측은 “2월 16일 A씨가 변호사 선임 안하면 큰일 날 것 같다. 변호사사무실이야 돈 넣어달라고 해서 500여만 원을 입금 한 후 변호사 선임하고 나왔다. ‘든든한 남친 좋아··’”라며 보낸 카카오톡 문자까지 제시했다. 이 시점은 자신이 교통사고로 거액의 합의금과 보상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A씨가 알고부터 급속도로 연인관계로 발전했고,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었던 같다는 게 B씨 측의 설명이다.

B씨 측 변호사는 의견서를 통해 “연인관계에 있던 고소인과 상호 합의하에 모텔에서 가벼운 애무를 하고도 보상금 대부분을 타인에게 대여해준 것을 알자 ‘(보상금)돈 다받으면 연락하렴’하며 이별을 고했고, 바로 다음 날 자신의 기억에 반하여 ‘고소인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하였다’는 허위사실로 고소인을 무고한 것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B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A씨가 돈이 필요하다고 해 올 2월 16일 변호사 비용 명목으로 511만원을 빌려줬으나 그 돈을 갖고 있었고, 이어서 3월 12일에도 또다시 B씨에게 변호사 비용 명목으로 700만원을 더 빌려달라고 했다.

이때 B씨는 “A씨에게 500만원도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통해 빌려준 것이어서 여유가 없다고 거절하자 갑자기 ‘준강간 성추행도 용서해 줬더니’하며 고소하겠다는 뜻을 비추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B씨는 3월 16일 A씨가 자신이 빌려준 500만원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해 그 돈을 아직도 갖고 있는 것은 사기라고 따졌고, 200만원만 돌려주고 “각자 살자”고 말했다.

B씨는 결국 A씨에게 500만원 중 200만원 만 돌려받고 끝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A씨는 ‘나 경찰서 간다’면서 협박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팔목을 흉기로 자해해 피를 흘리는 사진을 전송하며 자살관여죄(형법 제252조 제2항 자살방조죄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로 책임을 묻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올 9월말 불기소처분을 내리자 이의신청, 항고 등을 거쳐 재정신청까지 한 것이다. 현재 B씨는 더 이상 참지 못해 11월말 A씨에 대해 무고, 사기, 공갈미수, 스토킹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또 다른 충격적인 사례가 있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30대 여성 D씨는 좋은 감정으로 만남을 갖던 공무원 40대 초반 남자 E씨가 “남자관계 복잡하고, 성병치료 중 성관계 나무라자” 이에 앙심을 갖고, 성폭행 무고 사건(2024년 3월 서울마포경찰서 불송치 결정)이 있다. 이 사건의 경우 불송치 결정이 내려지자 D씨는 또다시 이의신청을 했고, 8개월 넘게 검찰로부터 결론이 안 나오는 상태다.

현직 공무원 E씨는 ‘단기 알바’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인상이 좋았던 30대 여성 D씨와 좋은 감정을 갖고 자주 만남을 갖던 중 2021년 11월 4일 오후 5시경 모 호텔에서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 그러나 E씨는 1년 7개월 뒤인 2023년 6월 중순경 갑자기 강간죄로 고소장이 접수됐다며 경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사건의 발단은 이날(사건 당일) 성관계를 갖고 E씨는 1주일쯤 지나서 후배 F씨에게 D씨와 만남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이 여자 D씨가 남자관계 복잡하고, 성병에 감염당한 남자도 있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던 것.

그래도 못 미더워서 E씨는 후배 F씨에게 그 남자(G씨)의 연락처를 알아 물어봤고, 그는 곧바로 G씨를 직접 만났다. 실제로 D씨와 성관계를 가진 뒤 성병에 걸려 치료까지 받았다며 진료비 내역서(성병 바이러스 2개 감염)까지 G씨로부터 건네받았다.

E씨는 G씨로부터 “이 여성 B씨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 치료를 받도록 해주고, 병원비까지 내주었는데 ‘성병 바이러스만 4개 감염’이라는 검진 결과를 받았다”는 사실도 들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30대 초반 여성 D씨가 6주 동안 성병에 걸린 상태에서 성관계를 가진 남자만 군의관 H씨를 포함해 확인된 숫자만 모두 3명.

이에 분노한 E씨는 D씨를 만나 “남자관계도 복잡하고, 어떻게 성병치료 중에 성관계를 할 수 있냐?”고 따졌다. 그러자 D씨는 되레 “오빠가 성병 걸린 것이 내 잘못이냐?”고 오히려 적반하장격 답변만 돌아왔다. 이에 격분한 E씨는 “회사에 그 사실을 통보하겠다”고 홧김에 말하자 그날 당장 D씨는 경찰에 E씨를 스토킹범으로 신고, 곧바로 오후 11시 현행범으로 끌려가 조사를 받았고, 결국 벌금 500만원까지 받았다.

그 후 D씨는 E씨에 대한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공무원인 E씨는 강간범”이라고 소문을 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E씨는 2022년 3월경 D씨를 상대로 명예훼손죄로 고소, 2023년 6월경 그녀도 결국 2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에 또다시 앙심을 품은 D씨. 1년 7개월 뒤인 2023년 11월 6월 중순 E씨를 상대로 강간범으로 고소한 것이다. 그러나 사건 당일 호텔에서 나와 함께 밥 먹으면서 D씨가 웃는 모습을 찍은 사진과 구글 타임라인 동선, 여성이 감염시킨 G씨의 치료 내역서 및 사실확인서 등을 제출해 경찰에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 여성 D씨는 이에 불복, 이의신청까지 한 상태다. E씨는 “공무원 신분으로 고소 당한 것 자체가 너무나 수치스럽고 억울해 극단적인 생각도 여러 차례 했다”면서 “여자가 스토킹으로 고소한 것은 곧바로 연행해 수사를 하면서 왜 남자가 억울한 고소를 당한 것은 지연 처리되고, 하지 않았다는 부실재를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등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는 성범죄 사건의 경우 2018년 4월 권순일 대법관 당시 성인지 감수성이 판례로 도입되면서 여성의 일관된 진술 또는 일관되지 않더라도 핵심 피해사실이 일관되면 상대편 남성을 처벌할 수 있다는 잘못된 확신을 준 것이 고소인에게 조금 불리한 증거가 나와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 같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 2022년 7월 성무고 피해자를 중심으로 결성된 성무고피해자연대(대표 최경희)는 지난 18일부터 성인지 감수성 판례 폐기를 위한 ‘대법원 앞 1인 릴레이 시위’와 대국민 구글을 활용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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