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뒤덮인 서울…연이틀째 교통 대란에 시민들 ‘피곤’[르포]

연이틀 내린 폭설로 28일 아침에도 출근길 불편을 토로하는 시민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용경 기자

[헤럴드경제=이용경·안효정 기자] 연이틀 서울 등 중부지방에 내린 폭설로 28일 아침에도 출근길 불편을 토로하는 시민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평소보다 출근 시각을 20~30분 앞당겨 서둘렀다는 직장인들마저 지각이 불가피했다. 버스와 전철 운행이 지연되면서다.

28일 오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대설특보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도심 지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틀째 계속되고 있는 출근길 비상 상황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은 오전부터 수인분당선 양방향 열차가 지연 운행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오전부터 선로와 차량 기지에 있던 전동열차에 눈이 쌓이며 제설 작업 과정에서 열차 운행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특히 야탑역과 미금역에선 전철 플랫폼에 시민들이 몰려 한때 개찰구 바깥까지 줄을 서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분당에서 서대문으로 출근하는 50대 이모 씨는 “통상 6시쯤 광역버스를 타는데, 오늘은 20분 정도 더 일찍 나왔다”며 “평소 타는 광역버스가 배차 간격이 가장 짧은 건데, 오늘은 오전 6시 15분에서야 버스가 와 겨우 탔다”고 말했다. 그는 “분당은 제설이 덜 된 상태라 인도로 걷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용인에서 합정으로 출근하는 권모(37) 씨는 “평소 출근시간보다 30분 일찍 집을 나섰는데 눈 때문에 차량 바퀴가 헛돌아 동네에 있는 인근 주차장에 대고 왔다”며 “현재 수인분당선 오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출근 중”이라며 불편을 호소했다.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용경 기자

이날 오전 7시 서울 여의도 지하철역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여성 송모 씨는 “직장이 금천구에 있는데, 평소 타던 버스의 대기 시간이 99분으로 떠서 당황했다”며 “10분에 1대 꼴로는 버스가 도착해야 하는데, 도저히 올 기미가 안보여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어제 폭설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고 오늘은 더 일찍 나와 지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5호선 열차를 기다리던 60대 남성 A씨는 “평소 차를 타고 회사에 나가는데, 어제부터는 눈이 많이 와서 전철을 이용하고 있다”며 “날도 춥고 여러모로 움츠러드는 느낌”이라고 했다.

반면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우려했던 출근길 대란은 없어 다행”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여의도 버스환승센터에서 만난 50대 직장인 남성 이모 씨는 “중랑구에서 여의도를 거쳐 직장에 간다”며 “어제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 걷는 것도 힘들고 온도도 낮아 불편했는데, 다행히 서울시나 관계기관이 잘 대처해줘서 그런지 이용하는 교통편이 연착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7시 30분께 서울 신도림역과 버스정류장에도 출근길을 서두르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40대 여성 권모 씨는 “눈길에 미끄러지는 차들을 보니까 도저히 차로는 못 가겠더라”며 “집에서부터 버스 타려고 걸어 오는 길에도 계속 긴장하면서 왔다”고 말했다. 신도림역에서 만난 30대 여성 B씨는 “어제보다 일찍 나왔는데, 사람들은 어제보다 더 많은 느낌”이라며 “이따 퇴근길에라도 좀 여유롭게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시청역에서 출근을 서두르는 시민들. 안효정 기자

한편 오전 7시 50분께 서울 합정역 인근 출근길 상황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전례없는 폭설 상황에 시민들은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합정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하모 씨는 “지하철에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 같아 일찍 나왔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다”며 “앞으로도 이렇게 일찍 출근해야겠다”고 말했다. 하씨는 “11월에 갑자기 한겨울이 된 기분”이라며 “다음달에는 눈이 더 많이 오는 게 아닐지 벌써부터 출퇴근길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은영 씨는 “아침잠이 많은데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나서 나왔다”며 “어릴 때는 눈 내리는 게 참 좋았는데, 이제는 불편하고 졸려죽겠다”고 했다. 서대문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이시영 씨는 “어제 아침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버스도 늦고 사람도 많고 된통 당했다”며 “어제는 회사에 40분이나 지각을 해서 오늘은 20분 일찍 나왔다”고 했다.

다만 오전 8시 30분께 시청역 승강장 상황은 정반대였다. 열차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승객으로 가득 찼다. 승강장에선 “현재 서울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리고 역사가 매우 혼잡해 열차가 지연 운행되고 있다”며 안전에 유의하라는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출근길 대란에 짜증을 내거나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선유도에서 시청으로 출근한다는 김모(29) 씨는 “마을버스에서부터 사람들로 가득차 종일 찌그러져 왔다”며 “출근 전부터 기가 빨려서 벌써부터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28일 서울 시청역을 나와 출근하는 시민들. 안효정 기자

27일 새벽부터 시작된 폭설은 28일 오전까지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적설량은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수도권의 경우 서울 관악 40.8㎝, 백암(용인) 45.4㎝, 수원 42.8㎝, 군포금정 41.4㎝, 안양만안 40.3㎝, 서울 27.1㎝, 인천 25.2㎝ 등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서울 곳곳에선 도로도 통제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전 7시 기준으로 6곳의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통제 도로는 와룡공원로, 북악산길, 인왕산길, 삼청터널, 서달로, 흑석로 등이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서울 전역에 내려졌던 대설경보를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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