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첨단산업 수출경쟁력 3년 연속 중국에 밀려…연구비 중국의 25% 수준

한경협, 한국·중국 첨단산업 경쟁력 비교
무역특화지수 韓 25.6·中 27.8…2년전 이미 역전
中 첨단기업, 韓 대비 연구개발 4배 이상 지출


모빌리티를 포함한 첨단산업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4배 높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왕찬푸(왼쪽) BYD 회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중국 선전 공장에서 전기차 누적 생산 1000만대를 기념해 펑지 게임사이언스 대표에게 자사의 전기차 세단을 증정하고 있는 모습. [BYD 제공]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한국 첨단산업의 수출경쟁력이 3년 연속 중국에 뒤쳐진 가운데, 연구개발비가 중국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됐다.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현재보다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정비하고 다방면으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28일 한국과 중국의 첨단산업 수출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기준 한국의 첨단산업 무역특화지수는 25.6, 중국은 27.8로 나타났다. 무역특화지수는 특정 상품의 상대적 비교우위를 나타내는 지수로, 음수(-)면 순수입국, 양수(+)면 순수출국을 나타내며, 높을수록 경쟁력 있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10년 전 대비 16포인트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4.3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의 첨단산업 무역특화지수는 2014년에 29.9로 중국(11.8)보다 크게 높았으나, 2022년을 기점으로 역전당해 3년 연속으로 중국을 밑돌았다.

산업별로 보면, 중국은 ‘전기’와 ‘기계’에서 이미 한국보다 수출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와 ‘모빌리티’ 산업에서 한국은 2014년 대비 각각 19.4포인트, 5.3포인트 하락한 반면, 중국은 각각 26.7포인트, 64.0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국은 ‘모빌리티’ 산업에서 2018년부터, ‘화학’ 산업에서 2022년부터 무역특화지수가 순수출(플러스)로 전환됐다. 교역 시장에서 한국과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연구개발비 격차도 컸다. 양국 기업의 재무제표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첨단기업은 연구개발비에 510억4000만 달러를 지출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3.5%에 달했다. 같은 해 중국 기업은 이보다 4배 가량 많은 2050억8000만 달러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매출액 대비 비중(4.1%)도 한국보다 높았다. 2013년 대비 연구개발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한국 5.7%, 중국 18.2%로 집계됐다.

한경협은 한국이 첨단산업에서의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전략기술 관련 연구개발 및 사업화시설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현행 조특례제한법의 일볼 기간 연장 ▷국가전략기술 지정 분야 확대 및 네거티브 지정 방식 도입 ▷국가전략기술 네거티브 지정 방식 도입 ▷직접 환급 제도 도입 및 이월공제 기간 연장 ▷시설투자 공제 대상 범위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일례로 현행 세액공제 제도에서는 적자가 발생해 납부할 세금이 없으면 즉시 혜택을 받을 수 없고, 향후 10년 내로 이익이 발생하면 이월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첨단산업은 경쟁이 치열해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어렵고, 투자가 단기간 내 이익으로 이어지기도 어렵다. 이에 직접 환급 제도를 도입하거나 이월공제 기간을 연장할 것을 한경협은 제언했다.

또한, 현행법에서는 시설투자 세액공제의 대상을 ‘기계장치 등의 유형자산’과 ‘사업화시설’로 한정하고 있다. 토지·건물 등의 유형자산과 연구개발 시설·장비는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첨단산업은 토지·건물이 총 시설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30~50%)이 높고,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기술혁신이 필수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시설투자 공제 대상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 기업으로서는 중국 기업과 비슷한 호흡으로 뛰어도 규모가 작아 첨단산업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첨단산업의 경쟁력이 중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세액공제와 더불어 투자보조금 지원,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정책적 부스터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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