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전격 인하

경기 부진에 3.25→3.00%로 낮춰
2회 연속 0.25%P 전격 하향 조정
내년 1.9% 성장, 잠재성장률 이하



한국은행이 28일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했다.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 연속 인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하향 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알렸다. 2021년 8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3년 2개월 간 이어진 긴축이 끝난 것이다. 여기에 이번달까지 연이어 금리를 낮추며 박차를 가했다. ▶관련기사 3면

한은의 이같은 결정은 한국 경제가 현재 금리 수준을 버텨내기엔 무리라는 판단이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3분기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 이어 4분기 수출 실적도 크게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내년 성장 전망도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하는 한편, 내년에도 2.1%에서 1.9%로 내려잡았다. 잠재성장률 2.0%를 밑도는 1%대 저성장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2026년 성장률도 1.8%로 내다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었지만, 물가상승률의 안정세와 가계부채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압력이 증대됐다”면서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여 경기의 하방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정책 등으로 국내 주력 사업의 수출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3분기 0.1% 성장에 그치며 사실상 ‘성장 쇼크’를 보인 만큼, 선제적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경우 ‘실기론’을 감당할 수 없다는 부담도 한은이 ‘내년 1월은 너무 늦다’고 판단하게끔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2월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하지만 우리나라의 올해 금통위 회의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만 여전히 높은 환율은 부담이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주간 종가 환율은 1397.0원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확정된 후 우리나라 환율은 1400원대를 넘나드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환율이 높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단 의미다. 이 상황에서 ‘금리(통화가치)’를 낮추면 우리나라 환율은 상방이 열릴 수 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자금이 일제히 빠져나갈 수 있고, 달러 유동성 문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외환당국인 한은 입장에선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에 다음 금리 인하는 성장과 고환율 사이에서 속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글로벌 IB 상당 수도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1%대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수출이 둔화할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1.8%로 낮췄다. 바클레이즈, 씨티, JP모건, HSBC, 노무라 등도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7∼1.9%까지 하향 조정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2.5%에서 2.3%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국제 유가가 우려했던 것보다 안정세를 나타내고 농산물 가격 상승세도 둔화하면서 전망치를 낮췄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1%에서 1.9%로 내려 잡았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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