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최초 진출 BAT, 시장 독식 전망
서울 마포구의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에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진열돼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세금을 부과하고 가격까지 오르면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를) 선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궐련형 전자담배를 사겠죠.”(강원 춘천 거주 30대 직장인 김모 씨)
합성니코틴 규제 가시화에 업계가 소비자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전국의 수많은 소상공인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22대 국회에서는 합성니코틴을 규제하기 위해 담배의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총 10건 발의돼 있다.
그동안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는 유해성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규제대상이 아니었다. 현행법상 ‘담배’가 아니기 때문에 담뱃세와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아 궐련형 제품의 대체제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연구 용역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합성니코틴 원액에서 다수의 유해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기획재정부도 합성니코틴을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포함해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한 전자담배 가게. 정석준 기자 |
합성니코틴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관련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소상공인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격 경쟁력을 잃은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를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도환 전자담배총연합회 부회장은 “합성니코틴에 세금을 매기고, 정부의 관리하에 유통해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 “다만 전자담배 제형에 따라 합리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도록 정도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자담배는 액상형과 궐련형으로 나뉜다. 합성니코틴은 액상형에 해당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BAT 로스만스가 합성니코틴 시장을 독식할 것으로 전망한다. BAT 로스만스는 앞서 합성니코틴 액상 전자 담배 신제품 ‘노마드’를 전 세계에서 최초로 한국에 출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이라면 합성니코틴에 세금을 부과한 이후에도 판매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전자담배 가게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대기업 제품에 사용자가 쏠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합성니코틴 규제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재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KT&G가 1위, 필립모리스가 2위로 양강 체제다. 서울 거주 50대 직장인 정모 씨는 “합성니코틴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고 온라인 유통망까지 막히면 굳이 액상형 전자담배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공청회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다시 관련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