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5년마다 1%씩 감소해 왔다. 1995년 7%였던 경제성장률이 이제는 2%대로 떨어졌다. 잃어버린 30년으로 일본은 경제성장률이 1988년 6.7%에서 2018년 0.64%로 하락했다. 우리 경제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30년을 잃어버리고 있다. 잃어버리는 30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경제의 생산성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경제가 성숙단계에 접어들수록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경제학의 불편한 진실과 싸워 이겨야 한다.
특히 성공 경험에 따른 제도적 확증편향, 즉 혁신을 위해서는 제도 개혁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잘 굴러온 제도를 왜 손대려 하느냐는 저항과 싸워야 한다. 현재 우리의 제도는 여전히 과거형이 많다. 다른 하나는 금융수출이다. 경제발전의 초기에는 수출기업이 국부창출의 막중한 임무를 맡았고 이제는 금융이 실물기업 못지않게 해외 진출을 통해 적극적으로 국부창출을 해야 하는 때가 왔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정운찬 전 총리는 1995년 ‘금융개혁론’에서 금융국제화는 실물경제의 보완 차원이 아니라 금융산업 자체가 비교우위를 갖는 산업의 하나로서 자유무역의 새로운 핵심으로 등장한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실물경제의 성과를 발판 삼아 금융이 해외에 진출한 대표적인 예는 19세기 영국, 20세기 미국, 21세기에는 일본이다. 금융수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산업화 초기에는 실물 중심의 성장론이 필요하고 산업화 후기에는 금융수출을 수단으로 하는 금융성장론이 핵심이다. 어떤 선진국도 실물기업만으로 국가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한다. 실물과 금융의 균형 잡힌 해외진출이 필수적이다. 국가운영의 안정성에도 기여한다. 더구나 보호무역주의와 지정학 위기로 곤란을 겪는 제조업 수출과는 달리 금융수출은 보다 효과적으로 국부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무역 규모로는 OECD 국가 중 최상위이나 금융의 해외진출 규모로는 하위에 속한다. 2000년대 들어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해 왔고 디지털금융으로 무장한 효율적인 금융역량을 갖춘 지금이 금융수출의 골든타임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언제나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이후 극심한 보호무역주의가 지배하면 언제든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로 쌓인 잉여자금을 소비하지 말고 성장률이 높은 해외 국가와 기업의 자산보유를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해외 금융자산 보유규모는 2023년 기준 0.79로 일본의 1.70, 영국의 4.29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일본의 주요 금융그룹은 이미 해외수익 비중이 60%에 근접하고 있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겪고 눈을 뜬 것이 금융수출이다. 우리도 눈을 떠야 한다. 우리는 증가추세이고 잠재력이 매우 높지만 9% 수준으로 낮다.
성공적인 금융수출을 위해서는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금융국제화지원법의 제정을 통한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 지원법은 금융외교, 금융지주 리더십, 현지 규제를 우선하는 로마법조항 도입으로 활로를 열어 주어야 한다. 필요하면 세제 인센티브와 함께.
김자봉 은행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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