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어, 뉴진스 내용증명에 오늘 답변할 듯
전속계약 해지 위약금은 귀책사유로 판단
지난 3월, 민희진 측 “4000억~6000억원대 추산”
뉴진스. [어도어]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그룹 뉴진스가 통보한 ‘최후통첩’의 날이 밝았다. 지난 4월 하이브가 민희진 전 대표의 ‘경영권 탈취’를 이유로 내부감사에 돌입한 이후 장장 7개월간 이어진 양측의 갈등은 결국 K-팝 사상 최대 규모의 ‘법적 분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뉴진스는 ‘전속계약 해지’를 전제로 소속사에 내용증명을 보냈고, 어도어는 디데이 하루 전 응답했으나 뉴진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긴 어려워 보인다.
28일 가요계에 따르면 뉴진스 멤버들은 앞서 지난 13일 김민지, 하니 팜, 마쉬 다니엘, 강해린, 이혜인 등 멤버 다섯 명의 본명으로 발송한 내용증명에 대한 회신을 이날 중으로 받게 된다.
뉴진스가 발송한 내용증명에는 하이브 산하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아일릿 매니저의 ‘무시해’ 발언을 비롯해 하이브 내부 문건 모니터링 문건에 ‘뉴(뉴진스) 버리고 새 판 짜면 될 일’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것에 대한 모든 조치, 민희진 전 대표 복귀 등의 요구사항이 담겼다.
뉴진스는 이밖에도 ▷ 동의 없이 노출돼 사용된 동영상과 사진 등 자료 삭제 ▷‘음반 밀어내기’로 뉴진스가 받은 피해 파악과 해결책 마련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과의 분쟁과 이로 인한 기존 작업물이 사라지는 문제 해결 ▷뉴진스의 고유한 색깔과 작업물을 지킬 것 등을 어도어에 촉구했다.
뉴진스의 입장은 단호했다. 멤버들은 “이 서신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말씀드리는 전속계약의 중대한 위반사항을 모두 시정하라”며 “시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날이 바로 11월 28일이다.
뉴진스 하니가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
데드라인 하루 전날인 지난 27일 어도어는 부랴부랴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무시해’ 발언과 빌리프랩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 표면적으로는 어도어는 뉴진스와 함께 하겠다는 데에 방점을 둔 공식 입장이다.
어도어는 “아티스트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빌리프랩 측이 하니의 피해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상호 존중하는 모습과 성의있는 태도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여러 요구사항 중 첫 조치가 취해졌으나, 양측이 별 탈 없이 합의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뉴진스의 요구사항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민희진 전 대표의 복귀가 실현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민 전 대표는 어도어 이사직을 사임하고 떠난 상황에서 뉴진스가 어도어의 조치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에서도 양측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어도어의 입장 발표는 향후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과정에서 제기될 신뢰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의 근거로 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뉴진스 [어도어 제공] |
“뉴진스가 아니더라도…”
지금까지의 행보를 토대로 업계에선 뉴진스는 이미 어도어와 ‘헤어질 결심’을 마친 것으로 본다.
뉴진스는 앞서 지난 16일 한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저희가 언제까지 뉴진스일지는 잘 모르겠지만…뉴진스가 아니더라도 뉴진스는 ‘네버 다이’(Never Die·죽지 않는다)”라고 언급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미 어도어를 떠날 결심을 마친 데다, ‘뉴진스’라는 그룹명(상표권)을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이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뉴진스의 이같은 발언이 있고 나흘 뒤인 지난 20일 민 전 대표는 어도어의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며 하이브와의 전방위 소송전을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행보로 업계에선 양측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두고 사상 전례없는 법적 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다섯 멤버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독자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다만, 이 기간 기존 뉴진스가 내놓은 히트곡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만큼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안 소송으로 접어들면 쟁점은 계약 해지 여부, 위약금 규모로 좁혀진다. 가요계와 법조계에선 ‘계약 해지’는 가능성이 다소 높을 것으로 본다. 이미 파탄난 신뢰관계에 대한 입증 자료들이 많은 만큼 종국엔 양측이 ‘결별’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다만 계약 해지를 위해선 정산 문제, 불성실한 매니지먼트 등이 전속계약상 위반을 살펴보나,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이 갈릴 수 있다.
소송에서 뉴진스가 승기를 잡는다 해도 위약금은 피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상 통상 국내 아이돌 그룹의 계약기간은 통상 7년이다. 뉴진스는 2022년 데뷔, 현재 시점으로 5년의 계약기간이 남아있다. 위약금은 계약 해지 시점을 기준으로 직전 2년간의 월평균 매출에 계약 잔여기간 개월수를 곱한 금액으로 산정한다.
뉴진스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된 적이 없지만, 지난 3월 14일 민희진 전 대표와 어도어 관계자 A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종합하면 계약 해지시 위약금은 4000억∼6000억원대라는 추정이 나온다. 다만 위약금 규모는 양측의 과실 인정 비율에 따라 달라진다.
민 전 대표가 A씨가 이 대화를 나눈 시점은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 대한 감사에 돌입하기 이전이다. 결국 ‘전속계약 해지’ 언급까지 나온 시점에서 두 사람이 이 같은 위약금 계산을 한 것은 뉴진스의 어도어 이탈을 염두한 것이었다는 해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 소송전은 지난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전속계약 분쟁을 경험한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고 그 기간 온전한 활동을 하기는 어렵고 지금의 뉴진스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기도 쉽지 않다”며 “아직은 어린 멤버들이 감당해야할 어려움이 큰 만큼 수년간 진흙탕 싸움을 견뎌야하는 힘든 시기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