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뉴진스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열린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해린, 다니엘, 민지, 하니, 혜인. [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뉴 버리고’는 뉴진스와 비교되는 카테고라이징을 버리고, 르세라핌 별도의 자기 영역을 만들어가자는 아이디어다.” (어도어 내용증명 답변 중)
‘결별’을 선언한 그룹 뉴진스가 소속사 어도어로부터 받은 26장 분량의 내용증명에 대한 답변을 29일 오전 모두 공개했다.
어도어는 뉴진스에게 전달한 시정요구 내용증명 회신에서 구체적인 답변에 앞서 “2024년 4월 21일 어도어와 뉴진스가 전속계약을 체결한 이래 데뷔일로부터 7년이 되는 날인 2029년 7월 31일까지 계약은 유효하다”며 뉴진스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선언에 대해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뉴진스를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그 결과 뉴진스가 짧은 기간 안에 국내외 최고 수준의 팀으로 성장했다”며 “민희진 전 대표와 모회사 하이브 간 갈등에 대해선 예기치 않은 법적 분쟁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대표이사 교체에도 변함없이 뉴진스를 지원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뉴진스 측이 공개한 어도어의 답변엔 뉴진스의 8가지 시정요구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뉴진스 멤버들은 앞서 지난 13일 김민지, 하니 팜, 마쉬 다니엘, 강해린, 이혜인 등 멤버 다섯 명의 본명으로 발송했다.
어도어이 내용증명 답변에서 눈에 띄는 점은 ‘조직의 특수성’을 들어 하이브와 어도어, 또 다른 레이블 빌리프랩의 영역을 구분했다는 것이다.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로서 할 수 있는 일과 자사의 영역을 넘어 개입해야 하는 일이 엄밀히 다르다는 점을 설명의 근거로 삼았다. 이는 뉴진스가 납득할 만한 지점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뉴진스 민지는 “하이브는 말장난 하듯이 하이브가 잘못한 것이지, 어도어가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하이브와 어도어는 한 몸”이라고 강조했다.
어도어의 답변엔 먼저 ▷ ‘하이브가 ’뉴 버리고 새 판‘짜면 될 일’이라는 리포트를 작성한 것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어도어는 “르세라핌이 뉴진스와 비교되기 보다는 초동 100만장을 달성한 다른 여자 아이돌 그룹들들(블랙핑크, 에스파, 아이브)과 함께 포지셔닝하면서 독자적인 길을 구축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 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라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하이브 산하 또다른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 그룹인 아일릿 매니저가 뉴진스 멤버 ▷ 하니에게 ‘무시해’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어도어는 이 역시 ‘타사’ 직원과 관련한 일임을 분명히 했다. 어도어 측은 “하니씨를 비롯한 아티스트의 이미지에 타격이 없는 선에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해당 CCTV가 보관 처리되지 않은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한 노력에 대해서도 상술했는데, 해당 CCTV를 직접 확인했던 담당자는 인사하는 장면 한 번 외에는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해 그 장면만 보존한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레이블(빌리프랩)에 매니저와의 대면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안과 관련 빌리프랩의 입장문으로 인한 명예훼손 성립 가능성에 관한 검토도 의뢰했으나 인정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수령했다”고 덧붙였다.
또 ▷ 하이브 PR 구성원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조치에 대한 설명도 나왔다. 어도어 측은 “하이브 PR에 즉각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요구했다”며 다만 “해당 부분이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거나 부당징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뉴진스는 어도어에 ▷연습생 시절의 사진, 동영상 등이 매체를 통해 무단 공개되고 삭제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설명을 요청했다. 어도어 측은 “동영상등을 게재하거나 유포한 주체가 아니어서 직접 삭제할 수 없어 해당 언론사에 게재 중지를 요청했다”며 “영상이 유출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하이브의 ‘밀어내기’에 의한 뉴진스의 피해를 해결하라는 요청에 대해선 “하이브로부터 ‘음반 밀어내기’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받았다”고 강조했다.
걸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
민희진 전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 이후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제작에 참여한 돌고래 유괴단 신우석 감독과의 분쟁, 이로 인한 ▷기존 작업물이 삭제된 점에 대한 해명도 나왔다.
어도어 측은 “(돌고래 유괴단에) 문제를 제기했던 콘텐츠는 어도어에 사전 서면 동의가 확인되지 않은 ‘ETA 디렉터스 컷(ETA Director’s Cut) 단 하나였다”며 “해당 영상엔 광고주 측이 반대하는 장면도 있었다. 돌고래 유괴단은 협의 과정에 응하지 않고 삭제를 요청하지도 않은 영상을 독단적으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어도어는 이를 “아티스트의 연예활동에 대한 제3자의 권리침해 방지를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어도어는 ▷ 뉴진스의 색깔 보장을 위한 조치 요청에 대해서도 “그것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내년 국내 팬미팅과 정규앨범 발매, 월드 투어를 계획, 진행하고 있으나 아티스트가 논의를 계속 거절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빌리프랩의 기획안 카피 주장에 대해선 “사실 관계 확인 노력을 거쳤지만 민희진 전 이사가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빌리프랩 측은 “이미 언론 인터뷰를 통해 충분히 답변했다”고 전달, 확인이 어렵다는 말로 답변을 마무리했다.
뉴진스가 가장 중요하게 언급한 ▷ 민희진 전 이사를 대표이사로 복귀에 대해 어도어는 “특정인의 대표이사직 유지는 어도어 이사회의 경영 판단의 영역”이라며 “아티스트와의 전속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어도어의 대표이사가 특정인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은 전속계약의 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뉴진스 멤버들은 어도어에서 보내온 답변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멤버들은 “기자회견(오후 8시 30분) 한 시간 앞두고 메일을 보내와서 저희 모두 읽어봤다. 내용을 보니 무성의한 답변에 다시 한번 심각하다고 느끼게 됐다”며 “어도어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전부 변명과 거짓말뿐이었다. 늘 시간끌기 식의 회피하는 답변으로 저희를 대했다.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고, 요구 사항도 시정되지 않았기에 29일 0시부로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전속계약 해지에 대한 어도어의 입장은 다르다. 어도어는 “어도어와 뉴진스 멤버들 간에 체결된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 향후 일정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어도어와 함께 해주시기 바란다”며 뉴진스 기자회견 직후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