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생태계에서 영감 얻어
에어컨 실외기 팬 소음 줄여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자연모사 특별전’에 전시된 LG전자 에어컨 실외기 팬(Fan) 기술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
‘에어컨 실외기 날개 자세히 보면 고래 지느러미가 보인다?’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이 지난달 15일부터 진행 중인 ‘자연모사 특별전’에 LG전자 에어컨 실외기 팬(Fan)이 등장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자연 생태계에서 영감을 얻어 발명된 일상 속 물건들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됐다. 겉으로는 평범하게 보이는 LG전자 에어컨 실외기 팬 역시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설계된 혁신 기술이 숨겨져 있다.
LG전자는 소음이 적고 전력 효율이 높은 실외기 팬을 개발하기 위해 고래의 일종인 혹등고래에 주목했다.
기존 에어컨 팬은 날개 구조에 따라 공기 흐름이 복잡해 소음이 크게 발생하고 전력 효율이 떨어졌다. LG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와 손을 잡고 연구에 돌입했다.
연구팀은 해결책을 혹등고래와 가리비, 독수리 날개에서 찾았다. 이들의 생물학적 특징을 응용한 생체모방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실외기 팬을 개발한 것이다.
혹등고래는 무게가 약 30톤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지만 가슴지느러미 전단부의 독특한 돌기가 있어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사냥을 한다. 가리비 껍데기의 홈은 포식자를 맞닥뜨렸을 때 더 빠르게 도망칠 수 있게 한다. 또 독수리는 활강할 때 날개 끝 갈라진 깃털로 공기를 분산시킨다. 이를 통해 저항을 줄이며 공중을 안정적으로 날아 다닌다.
연구팀은 혹등고래 가슴지느러미 돌기 형상과 가리비 표면 홈 구조, 독수리 날개 끝 깃털 모양을 본떠 팬에 독특한 패턴을 적용했다. 이는 공기 흐름을 더 매끄럽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줬다. 그 결과 일반 실외기 팬 대비 소음은 최대 50%, 소비 전력은 최대 10% 줄였다. 이 기술은 현재 LG전자가 출시하는 에어컨과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 등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LG전자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은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솔루션으로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 밖에 고속열차 KTX 산천 역시 산천어의 유선형 구조를 모방해 공기 저항을 줄이고 속도를 높인 기술이 적용됐다.
이처럼 일상 속 자연모사 제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자연모사 특별전은 오는 12월 15일까지 진행된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