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보다 비트코인”…가상자산거래소 위탁규모 올 들어 25% 증가 [투자360]

국내 빅2 거래소 비트코인 보유량 22만개
“美대선 전후 거래량↑…계절적비수기 이겨내”
“내년 과세 이슈로 미리 정리하거나 사두려는 수요도”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트럼프 트레이드’에 비트코인이 상승하자 국내 코인거래소가 보관하는 비트코인 수량도 올 들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 이어 금리 인하·미국 대선 효과까지 맞물리면서 거래량이 급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국내 코인거래소의 거래 금액은 한국 주식시장 전체 거래 대금을 훌쩍 뛰어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빅2’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빗썸이 보관 중인 고객들의 비트코인 갯수는 9월 말 기준 총 22만1618개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17만6224개)보다 4만5394개(25.8%) 증가한 수준이다. 거래소별 보관 수량은 업비트 17만6650개, 빗썸 4만4968개 순이었다.

비트코인 보유량이 증가한 배경에는 미 대선 효과에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트레이드’에 코인 투심이 회복되면서 거래량도 많아졌다”면서 “고객들이 위탁한 비트코인 보유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난 모습”이라고 했다.


주식의 경우 거래소가 유통·발행 총량을 관리하지만 가상자산은 이와 차이가 있다. 코인은 전세계 어디서나 유통이 가능하다는 특성 때문에 가상자산거래소는 매매 체결을 위한 플랫폼 성격이 강하다. 이에 이용 고객들도 시장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국내외 거래소를 오가며 코인을 옮겨 다닐 수 있는 구조다.

해외 유입 물량 뿐 아니라 국내 다른 거래소나 지갑으로부터 이관돼 왔을 가능성도 있다. 또 주식과 달리 코인 투자자들은 거래 무료 수수료 이벤트와 같이 거래 유불리를 따지면서 국내 거래소 간 이동도 굉장히 활발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정민교 프레스토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최근 단기간에 가격이 뛰면서 매도를 위한 개인 지갑으로의 이동 수요도 클 것”이라고 했다. 특히 올 1월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가치가 뛰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비트코인 시장은 계절적 비수기도 이겨낼 만큼 ‘활황’이었다. 최근 10여 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통상 비트코인은 9월이 되면 가격이 내리는 흐름을 보여 왔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2013년 이래 9월이 상승 흐름으로 마감한 해는 올해를 포함해 2023년·2015년·2014년 단 4차례로 늘어났다.

일각에선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가상자산 과세를 앞두고 매매가 활발해진 결과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는 국내 비트코인 시세가 해외 거래소보다 더 낮게 형성되는 이른바 ‘역(逆)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뚫고 비트코인 보유량이 늘어날 수 있던 배경으로도 분석된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연말을 앞두고 가상자산 과세 이슈로 인해 미리 현금화를 해놓으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아닐까 판단된다”면서 “역으로 과세 전에 미리 코인을 사두려는 수요도 있다는 것”라고 했다.

비트코인 가격과 함께 국내 가상자산 일 거래대금도 급증했다. 지난 12일부터 국내 5대 가상 자산 거래소의 하루 거래 대금이 연일 20조원을 넘나들고 있다. 연초에 하루 2조원대까지 거래 대금이 쪼그라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국내 주식 시장의 거래대금은 연초 23조원 수준에서 28일 14조5068억원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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