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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강원도 강릉에서 친할머니를 살해하고 도망간 20대 손주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외계인이 자신을 조종해서 할머니를 죽이게 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법원은 심신미약을 인정하면서도 직계 존속을 살해하는 행위는 반인륜적, 반사회적 범죄라며 중형을 선고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 권상표 부장판사는 존속 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와 함께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렸다.
A씨는 지난 7월22일 밤 강릉 강동면 한 주택에서 함께 거주하던 친할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직후 현장을 떠난 A씨는 강릉 시내의 한 길거리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최초 조사에서 A씨는 “외계인이 자신을 조종해서 할머니를 찔러 죽이게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사에서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일본 애니메이션 작가로부터 받은 돈을 할머니와 아버지가 몰래 사용하는 거 같다”, “할머니가 자신을 인신매매범들에게 팔아넘기려 한다”고 진술하는 등 망상하는 모습을 보였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할머니가 드라마 주인공과 자신을 비교하는 말을 하자, 자신을 드라마 속 악당 같은 사람이라고 돌려서 비난한다고 느껴 화가 나 할머니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법원은 A씨가 범행 당시에도 이러한 정신 질환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봤다.
다만, A씨가 범행 동기와 경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등으로 비춰 범행 대상인 할머니의 존재를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A씨가 이번 사건에 앞서 저지른 소액 사기 범죄 등도 형량에 참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죄는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그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특히 직계 존속을 살해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반사회적 범죄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친할머니 살해 이후에도 칼을 소지한 채 거리를 돌아다녀 추가 인명 사고 발생 위험을 초래했다”며 “심신 미약을 인정하되 A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전부 다 유죄를 인정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