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3월 영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의 유크롭스 매장에 스미스필드 푸드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영국 런던 금융 지구인 시티 오브 런던에 있는 800년 전통의 육류 시장 스미스필드 시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8일(현지시간)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스미스필드 시장 소유·운영자인 시티 오브 런던 운영위원회는 지난 26일 스미스필드 시장과 카나리 워프의 어시장 빌링스게이트의 폐쇄 방침을 재확인했다.
앞서 10억파운드(1조8000억원)를 들여 런던 동부 외곽의 다거넘 부지를 개발, 두 시장을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건설 비용 급등 등을 이유로 이번에 철회됐다. 운영위는 두 시장에서 상인들이 2028년까지는 영업할 수 있다면서 이들에게 경제적 보상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미스필드 시장은 런던 도심 한복판에 있는 유일한 전통 도매 시장이자 중세 런던부터 운영된 역사적 장소인 터라 폐쇄 결정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스미스필드 지역에 가축 시장이 들어선 역사는 800년을 훌쩍 넘는다. 국왕이 시티 오브 런던에 공식적으로 시장 운영권을 준 건 약 700년 전인 1327년이었다.
이곳은 공개처형 장소로도 악명을 떨쳤다. 시장 지근거리에서 영화 ‘브레이브 하트’ 실존 주인공으로 유명한 윌리엄 월러스가 반역죄로 처형됐고 종교개혁 당시 많은 종교인이 화형당했다.
빅토리아 시대 찰스 디킨스가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땅은 거의 발목까지 차오른 오물과 진창으로 뒤덮였다”고 묘사한 곳도 이 시장을 가리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의 스미스필드 시장 건물은 런던의 명소 타워브리지 설계자인 건축가 호러스 존스의 설계로 1868년 지어졌다. 빌링스게이트 어시장도 이즈음 재개발됐으나 1982년 현재의 카나리 워프로 이전했다.
앞서 발표된 계획안에 따르면 스미스필드 시장 부지는 런던 박물관을 비롯한 문화 복합 공간으로, 빌링스게이트는 주거 지역으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시 당국은 이같은 변화의 원인으로 사람들의 식습관 변화와 온라인 거래 증가를 꼽았다.
크리스 헤이워드 운영위 정책의장은 내부 서한에서 “이젠 고기와 생선을 덜 먹고 온라인 직거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가 알기로 상인 대다수가 사업을 이어갈 것이다. 시장의 힘은 건물이 아닌 상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이 지역 부동산 가치와 운영비 상승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을 폐쇄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육류 상인 사이먼 퍼드 씨는 여가·주거지역이 된 도심 환경에서 육류 도매 시장을 유지하기엔 물동량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채식주의와는 무관하고 물류와 상식의 문제다. 안타깝지만 시대가 변했다”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15년간 시장에서 일한 스티브 카터 씨는 “이곳은 영국 역사의 일부”라며 “시 당국은 여기를 작은 카페와 선물 가게로 채워 여느 곳과 똑같이 만들려고 우리가 짐 싸서 안 보이는 곳으로 가버리기를 원한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