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여사가 대통령은 아니지 않나”
갈등 확산에 ‘휴전’ 제안한 추경호
“개헌저지선 8석, 반드시 지켜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논란을 둘러싼 내홍의 불씨가 다음달 10일 예정된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을 둘러싼 계파 간 신경전으로 옮겨 붙었다.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당원게시판 여론조작 의혹’의 배후로 대통령실을 의심하는 친한(친한동훈)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한동훈 대표의 ‘변심’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잇달아 나오면서다. 친윤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하면서도 주시하는 모습이다.
지도부의 친윤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29일 오전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시 친한계를 중심으로 이탈표가 발생할 가능성과 관련해 “실제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일축했다.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한 친윤계의 공세에 부딪힌 한 대표가 최근 측근들에게 ‘부당한 당대표 흔들기를 막기 위한 카드로 김 여사 특검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대표께서 그런 말씀 하셨겠습니까”라며 “(친한계에서) 결이 다른 말씀을 실제로 하고 계시더라. 그러니 자꾸 추측되는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실제 친한계에서는 “대표님의 심중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를 한번 며칠 봐야 될 것 같다(정성국 의원)”, “영향을 안 미치지는 않을 것(김종혁 최고위원)” 등 당원게시판 갈등이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을 앞둔 당의 단일대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한 대표는 언론 보도 발언에 대해 “제가 한 말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과거와 달리 특검법의 위헌성을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인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특검법에 대한 친윤계와 원내지도부의 무조건적 방어 기조를 비판했다.
친한계에서는 ‘국민의힘 경선 개입’ 등 의혹을 받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이탈표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중이다. 이번에 국회 재의 절차를 밟는 김건희 특검법은 야권이 세 번째 추진하는 것으로, 지난 10월 두 번째 특검법 재의결 당시 국민의힘에서는 ‘이탈표 최소 4표’가 발생한 바 있다. 한 친윤계 재선 의원은 “이탈표 압박은 안 그래도 안 좋은 당정관계에서 ‘레드라인’을 넘겠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 순간 타격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계파 갈등의 파장이 확산될 조짐에 ‘휴전’ 제안도 나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일종의 냉각기를 갖고 생각할 시간들을 갖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추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다수 고발인에 의해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당분간 여기에 관한 공개적인 발언이나 논쟁은 자제 좀 하자(고 동의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인사는 “8석의 의미는 (특검법 이상의) 개헌 저지선이다. 정책, 성향과 관계없이 지켜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