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귀결됐다. 전세계가 미 대통령 선거를 주목했지만, 특히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의 관심이 지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1000일을 넘겨 계속하는 동안 군사작전을 지속할 해외 무기 지원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전쟁 지원을 계속해줄 것으로 기대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기를 간절하게 원했을 것이다.
이처럼 전쟁 중인 국가의 운명이 미 대통령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았던 사례는 과거 역사에도 있었다. 1940년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맞이하여 동맹국 프랑스가 항복한 상태에서 독일과 외로운 전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당시 영국은 미국으로부터 무기 지원도 받고 있었고,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영국의 전쟁에 직접 합류하기로 약속한 민주당 행정부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해야 하는 것이었다. 선거 경쟁 상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 웬델 윌키는 미국의 고립주의를 선호하였으므로, 공화당의 선거 승리는 영국이 미국의 도움없이 전쟁을 계속해야 함을 의미했다.
그런 가운데 194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마침내 민주당 루스벨트 대통령의 재선이 결정됐다. 그러자 미국보다도 영국 정부 관저들이 밀집된 화이트홀에서의 환호성이 더 컸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였다. 1940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기시감이 깃든 2024년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했다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도 1940년 런던과 같은 환호성이 생길 것임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상당한 글로벌 영향력을 지닌다. 이에 미 대통령 선거가 끝난 오늘날의 전 세계는 트럼프 시대 미국의 정책에 대비하는 중이기도 하다. 선거 기간 중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조기 종전을 지지해왔고, 우크라이나를 군사 지원 중인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미국의 역할을 감소시키려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의 전쟁 중재안은 대통령 취임 후에야 드러나겠지만, 우크라이나가 바라는 영토 회복이나 NATO 가입보다는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쟁을 끝내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빨리 군사 지원 중단이나 축소를 결정하느냐가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을 결정할 것 같다.
이때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은 현재 러시아에 파병중인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러시아의 북한과 협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무기와 병력 부족 때문이었다면, 전쟁이 빨리 끝날수록 러북 협력도 용도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전쟁의 장기화는 북한의 입지를 높여주면서, 러시아의 대북 지원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선택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결정은 한반도에까지 여파를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한미 양자관계 프레임에서 미국의 요구를 전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글로벌 정세 변화가 한반도에 미칠 파장까지도 면밀히 예측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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