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원가 하락에도 주담대 금리는 ‘최고치’

기준금리 인하에 대출원가 최저
‘은행채’ 금리 2년8개월만 2%대
주담대 금리는 4.35% 올 최고치


지난달에 이어 한 달 만에 추가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올해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실제 취급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해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심지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까지 금리가 인상되며, 예대금리차가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이자장사’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은행들은 선뜻 가산금리 조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은행 대출 원가는 2%대…대출금리는 4% 상회=29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5년물 은행채(AAA) 금리는 3.00%로 지난 27일(3.092%)와 비교해 0.092%포인트 하락했다. 이로써 2022년 3월 25일(2.98%) 이후 약 2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두 번째로 큰 하락폭을 기록한 은행채 금리는 2%대 진입을 목전에 두게 됐다.

이는 연달아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되며 시장금리에 하방 압력을 준 영향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28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27일(3.092%) 올해 최저 수준을 달성한 은행채 금리는 2022년 3월 25일(2.98%) 이후 2년 8개월 만에 2%대로 진입했다. 애초 채권시장에서 다수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을 예측했던 만큼, 채권금리 하락세는 더 가파르게 나타났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대출금리는 올해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해 10월에 새로 취급한 주담대(분할상환방식 기준) 금리는 평균 4.35%로 9월(3.95%)와 비교해 0.4%포인트 상승했다. 올 7월 3.54%까지 떨어졌던 주담대 금리는 3달간 0.8%포인트 상승하며, 시장금리에 역행했다. 심지어 2022년 9월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세를 기록하며, 올해 처음으로 4%대에 진입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급등…금리 인하 체감 하세월=가계빚 증가의 주요인으로 지목된 주담대를 제외한 신용대출 등 다른 상품의 금리 인상 추세도 보였다. 지난 10월 5대 은행이 새로 취급한 일반신용대출 금리(서민정책금융 제외)는 4.96%로 9월(4.91%)와 비교해 0.05%포인트 상승해 두 달 연속 올랐다. 마이너스통장대출 금리도 평균 5.27%로 한 달 만에 0.1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연말을 한 달 앞두며,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규제가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에도 적용된 영향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은 18조3552억원으로 올해 목표치(9조3543억원)으로 두 배가량 초과했다. 한 달 남짓 남은 기간, 대출 잔액을 빠르게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은행들은 전 대출 상품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연말까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주담대 규제로 인한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 등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3880억원 늘며 9월(9억원)과 비교해 증가폭 규모가 커졌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승리 이후, 미 주식 등에 자금이 몰리며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치솟는 대출금리와는 달리 예적금 금리는 지속 하락하며, 은행의 수익성 지표만 개선되고 있다. 5대 은행의 10월 기준 신규 취급 가계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평균 1.036%포인트로 전달보다 0.302%포인트 확대됐다.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연속 줄어들던 예대금리차는 최근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평균 예대금리차가 1%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2023년 5월 이후 1년 2개월만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5대 은행의 이날 기준 주담대 금리 하단은 3.59%로 이틀 만에 0.05%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인하폭이 저조한 데다, 시장금리를 제외한 가산금리 인하는 이뤄지지 않으며, 금리 인하를 체감하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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