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나라 부산 첫 장을 펼치다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
28일~12월 1일 나흘간 벡스코서 개최
16개국 193개 아동출판사·단체 참가
부모 손잡고 온 어린이들 인산인해
“부산에서 어린이책 수출 발판 만들 것”


이달 28일 개막한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출판사 부스들을 다니며 그림책과 굿즈들을 구경하고 있다. 이민경 기자


“아이들 책을 만드는 곳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 아동도서전이 베일을 벗었다.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하 도서전)이 이달 2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상상의 나라 ‘라퓨타’다. 어린이의 무한한 상상력과 희망으로 어린이만의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를 위해 16개국에서 총 193개(국내 136개·해외 57개) 아동 출판사들이 참여해 도서 전시는 물론 강연, 세미나, 현장 이벤트, 워크숍 등 150여 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세계적 아동문학상인 린드그렌상, 안데르센상 등을 각각 수상한 백희나, 이수지 작가 등 국내외 최고의 아동문학 작가와 연사 118명도 총출동했다.

행사 주최를 맡은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윤철호 회장은 개막식에서 “도서전은 이번이 제1회이지만 지난 70년 동안 한국의 출판인들과 작가님들이 함께 발전시켜온 서울국제도서전이 발전한 모습”이라며 “부산에서 세계를 향한 어린이책 수출의 발판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도 이날 “우리나라 해외 수출 IP(지적재산권)의 3분의 1이 아동도서”라며 “ 처음 출발하는 이 도서전이 부산국제영화제·부산비엔날레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3대 국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도서전은 어린이들이 들어와 직접 책을 고르고 읽을 수 있도록 기획된 행사인 만큼 어린이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밝은 원색의 부스가 유독 눈에 많이 띄였다. 독특한 포스터로 부스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그림책과 함께 아기자기한 굿즈(기념 상품) 전시·체험 행사로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특히 초등생을 위한 키링 제작 부스가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개막 첫날이었던 이달 28일,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의 모습도 여럿 보였다. 초등학교에서 소규모 그룹으로 온 고학년 학생들의 경우 기세 좋게 출판사 부스를 활보하며 다양한 체험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동형 캐리어를 들고 다니며 책을 다양히 구매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출판사들의 이색적인 홍보 전략도 눈길을 끌었다. 출판사 페이퍼독 관계자는 그림책 ‘지옥 고양이’(작가 이지)를 소개하며 “오늘 막 출간된 따끈따끈한 새 책이고 QR코드를 찍으면 작가가 직접 부른 책 주제곡도 들을 수 있다”고 귀뜸했다. ‘1인 출판사’ 금동나래의 우승연 작가는 “굿즈로 이목을 먼저 끌고 책을 소개하는 전략”이라며 “저는 가톨릭 신자이고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림책에도 제 이야기가 반영됐고, 굿즈 역시 ‘고양이 성모님’으로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행사에서는 쉽게 만나보기 어려웠던 국내외 아동문학·그림 작가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뜻 깊은 기회가 마련됐다.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가인 ‘용을 찾아서’의 차호윤 작가를 비롯해 ▷스위스의 다비드 칼리 아동문학가 ▷‘두더지의 고민’ 김상근 작가 ▷‘내마음의 ㅅㅅㅎ’ 김지영 작가 ▷‘청동 투구를 쓴 소년’ 소윤경 작가 ▷2022 볼라냐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된 이탈리아의 줄리아 파스토리노 작가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의 압듈라 만화가 ▷2021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대상을 수상한 대만의 린롄언 작가 ▷프랑스의 콩스탕 조이 화가 ▷일본 고마가타 가츠미 디자인 스튜디오 디렉터인 고마가타 아이 그림책 작가 등이 도서전을 찾았다.

행사에서 ‘어린이는 모든색’이란 주제로 강연한 이수지 작가는 “그림책은 ‘원래 그래’를 깨는 아주 멋진 매체라고 생각한다”며 “다양성과 포용 면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림책 작가들이 참여하는 ‘그림작가 마을’에서는 17명의 그림 작가가 창작품을 선보이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이외에도 저자 사인회, 어린이 워크숍, 북토크, 이벤트, 전시 등 즐기고 볼거리 등이 다채롭게 마련됐다.

출판협회는 최근 높아진 K-콘텐츠의 위상에 맞춰 한국의 우수한 아동 출판 저작권을 해외에 소개하는 ‘저작권 센터’도 운영한다. 도서전을 방문한 해외 출판 관계자들과 국내 출판사들의 수출입 상담을 지원하고 세계의 아동 출판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국내외 출판 전문가들의 저작권 세미나도 열린다. 부산=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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