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안전부 장관 “밀입국 막기 위한 통제 강화할 것”
주 총리들 “관세 부과 시 경제 혼란…트뤼도가 나서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8일(현지시간) 오타와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금융 컨퍼런스에서 참여한 모습.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캐나다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과 마약 밀수를 이유로 캐나다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후 캐나다 정부가 국경 보안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공공안전부 장관은 이날 “정부가 국경 관리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며 캐나다를 통해 미국에 밀입국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지 경찰을 더 투입하는 등 공권력을 강화해 규제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경에서 더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캐나다인과 미국인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국경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전날 늦은 오후 캐나다 주(州) 총리들을 만나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표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주 총리들은 트뤼도 총리에게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부과에 대응하는 국경 안보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더그 포드 캐나다 온타리오주(州) 총리와 프랑수아 레고 퀘벡주 총리, 다니엘 스미스 앨버타주 총리, 왑 키뉴 매니토바주 총리 등은 회의 후 국경 안보를 두고 트뤼도 정부에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경 보안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해 온 레고 총리는 “새로운 이민 물결을 원하지 않는다”며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을 안심시킬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드 총리도 “국경의 보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연방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관세로 인한 경제적 혼란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회의에 대해 “트뤼도 총리는 취임 직후 지지도가 높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며 “그는 자신의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총리들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지금은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직면한 도전에 대처하는 방법은 ‘캐나다팀’으로 단결하고 맞서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불법 이민자 수는 최근 몇 년간 급증하고 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건너가려다 적발된 불법 이민자 수는 지난 2021년 2만7180명에서 2024년 19만8929명으로 약 600% 증가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은 9000km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긴 수준이지만 장벽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 순찰대에 의해 통제돼 불법 이민자, 마약 밀매업자에게 취약한 상태라고 FT는 전했다.
FT는 “캐나다는 국경 보안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에 취임하면 서류 미비 이민자들을 대량 추방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많은 이민자들이 미국 이민 당국에 적발되지 않으려 캐나다로 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경 차르로 지명된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은 “캐나다는 미국으로 오는 테러리스트들의 관문이 돼선 안 된다”며 “북부 국경의 취약한 안보는 해결할 문제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경을 관리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약 8500명인 캐나다국경관리청(CBSA)의 직원들은 36억캐나다달러(약 3조5800억원) 규모의 상품과 서비스가 국경을 통과하는 것을 감시하고 있지만 노조 측에선 2000~3000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마크 웨버 CBSA 이민세관조합(CIU) 회장은 “노조는 수년 동안 국경에 인력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고 말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생버나드 드 라콜에 위치한 캐나다와 미국 국경. [EP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