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횡령과 금융사고로 은행권이 비판받고 있는 가운데, 5대 시중은행 가운데 내년말까지 갖춰야 하는 준법감시 지원조직 인력 목표 비중을 달성한 곳은 단 2곳 뿐으로 나타났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내부통제 혁신방안에 따라 내년 말까지 금융사 준법감시 인력 비중을 전체 임직원의 0.8% 이상 확보해야 한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가운데 11월 말 현재 이 기준을 맞춘 곳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뿐이다.
하나은행 0.77%(89명), 우리은행 0.72%(103명), 농협은행 0.4%(67명)로 내년도 기준치인 0.8%에 못 미쳤다.
금융감독원은 2022년 ‘은행권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준법감시부서 인력 비중 확대를 주문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2027년까지였던 인력 확보 기한을 2025년으로 앞당겼다. 인사관리, 전산시스템 구축 등의 이유로 이행에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과제의 목표 달성시한을 단축한 것이다.
5대 시중은행에서는 이행시기가 앞당겨지자 준법감시 인력 충원에 나섰다. 5대 시중은행 내부통제 지원인력은 지난해 12월 말 총합 522명에서 올해 6월 말 558명, 현재 583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금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농협은행은 11월 말 기준 준법감시 지원인력이 67명에 그쳤으나, 내년도 말까지 122명으로 확충해 전체 인원의 0.8%를 준법감시 인력으로 채울 것이라고 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관계자도 “내년도 준법감시 인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홍콩ELS 최다 판매사인 국민은행은 올해 준법감시 인력을 218명으로 가장 많이 확보했다. 이는 올해 초(190명) 대비 14.7% 증가한 수치로,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인력 충원을 시행했다.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준법 문화뿐만 아니라 관련 인력을 일정 수준 확보하는 등 정량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소연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준법 감시인과 그가 소속된 준법 부서의 인력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추후 금융사고 발생 시 법원 판단에서도 주요 근거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은행은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책무구조도 안착을 위해 막바지 준비에 돌입했다. 올해 7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금융권에 책무구조도가 도입됐다.
지난 10월 31일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18개 금융사(금융지주 9개사, 은행 9개사)는 내년 1월까지 시범운영 중이며 금융감독원은 미리 제출한 책무구조도에 근거해 점검 및 자문 등 컨설팅을 수행해 각 금융회사에 피드백을 연내 제공할 예정이다.
최승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실무진과 임원의 책임이 더욱 커졌다”면서 “내부통제는 자율통제의 영역이기 때문에 은행에서 자발적으로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유인책을 감독 당국에서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위험이 법규 위반 수준으로 나타나기 전에 이를 미리 감지하는 은행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정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