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넷플릭스 코리아’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최근 ‘트럼프 랠리’에 힘입어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 선 돌파를 시도하는 등 강세를 보인다.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과 동반 상승 중인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에 대한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투심이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특히, 주요 알트코인의 경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액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K-코인개미들이 상승장세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중개 앱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40분 기준 최근 30일간 등락률 ‘톱(TOP) 10’ 가상자산 목록엔 알트코인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가상자산은 2082.40%의 ‘피넛더스쿼럴(PNUT)’이었다. ‘피넛’은 최근 미 뉴욕주 환경 당국이 안락사한 다람쥐 이름이다. 이 다람쥐를 구조한 한 남성이 7년간 키웠는데, 전염병 전파를 우려한 뉴욕주 당국이 압수해 안락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현지 누리꾼 사이에선 반발이 일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 대선 기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정부가 도를 넘어 다람쥐를 납치하고 처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람쥐들을 구할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PNUT 코인은 다람쥐 피넛을 기릴 목적으로 상장한 ‘밈(meme) 코인’의 일종이었지만, 머스크 CEO가 “다람쥐와 밈 코인이 나라를 구했다”는 글을 SNS에 쓰면서 친(親)트럼프 성향의 가상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미 뉴욕주 환경보전국이 안락사 결정한 다람쥐 피넛. 대선 유세 기간 중 벌어진 일이라, 당시 트럼프 지지층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AP]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전까지 0.05달러 수준에 머물던 PNUT 가격은 대선 승리와 함께 0.07달러대까지 뛰었고, 지난 11일 0.4달러 내외까지 치솟은 후 지난 14일엔 2.3달러 수준까지 급등세를 보였다.
PNUT 코인의 뒤를 이어 스텔라루멘(XLM, 409.93%), 헤데라(HBAR, 192.42%), 리플(XRP, 192.19%), 카르다노(ADA, 191.97%), 알고랜드(ALGO, 175.38%), 샌드박스(SAND, 160.93%), 만트라(OM, 153.21%), 크로노스(CRO, 131.46%), 도지코인(DOGE, 129.08%) 등이 수익률 순위 상단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의 수익률은 33% 내외, 알트코인 대장주 이더리움 수익률은 35% 내외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수익률 최상위권에 자리 잡은 알트코인에 대한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사랑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력하단 점이다.
최근 30일간 상승률 2위 스텔라루멘, 4위 리플, 7위 샌드박스의 경우 최근 24시간 동안 전 세계 주요 거래소별 거래액 순위에서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텔라루멘(XLM)은 리플의 ‘커플링 코인(특정 종목의 가격 변동에 동조화해 함께 등락하는 가상자산)’으로, 전 세계 거래액의 20.68%(4억449만달러)가 업비트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도 3.60%(7036만달러)의 점유율로 7위에 올랐다.
리플(XRP) 역시도 업비트의 거래액 점유율이 11.72%(7억4558만달러)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중 가장 컸고, 빗썸이 3.72%(2억3697만달러)로 6위였다.
샌드박스의 경우 전체 거래액의 4분의 1 수준인 24.08%(1억7392만달러)가 1위 업비트, 5.18%(3739만달러)가 4위 빗썸이었다.
이 밖에도 업비트는 도지코인에선 거래액 점유율 2위(9.80%, 5억5375만달러), 크로노스와 알고랜드에선 모두 3위(12.81% 477만달러, 10.03% 4751만달러), 카르다노는 4위(3.82%, 6058만달러)로 강세를 보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밈 코인이나 주요 알트코인의 가격 급등세를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한편,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리플의 경우 지난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먹보와 털보’에 출연한 방송인 노홍철 씨도 투자했던 사실을 전한 바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코리아’ 캡처] |
노홍철에게 전화한 배우 김광규는 “홍철아, 비트코인 많이 올랐던데 아직 가지고 있냐”고 질문했고, 노홍철은 “저 그거 팔았다”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김광규는 “이더리움이랑 리플도 다 팔았어?”라고 재차 물었고, 노홍철은 “다 팔았다”고 대답을 이어갔다.
통화를 마친 노홍철은 “아 기분 확 잡친다”고 말했고, 함께 출연한 가수 비는 “형, 비트코인 같은 건 잊어”라고 위로했다.
이에 앞서 노홍철은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 시즌 5’에 출연해 자신을 ‘코인 1세대’로 칭하며 “많이 벌었을 때는 수십억까지도 벌었다”고 한 바 있다. 다만, 이후 투자에 나섰을 때 수익률이 -97.82%를 기록하며 “박살이 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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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리플과 ‘커플링 코인’ 스텔라루멘의 급등세는 최근 리플 소송을 이끌었던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사퇴하면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 영향이 크다”면서 “그동안 상승세를 가로막았던 사법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비트코인이나 다른 알트코인에 비해 뒤늦게 상승 압력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선 변동성을 노린 단기 투자자의 매수세가 순식간에 몰리면서 상승 폭이 눈에 띄게 커진 알트코인에 대한 추가 투자 결정은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단 지적도 나온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밈 코인 등의 경우 대장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에 비해 오를 때도 더 크게 오르지만, 동반 하락장에서 낙폭 역시 훨씬 더 크기 마련”이라면서 “주식 시장 순환매와 마찬가지로 단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거나, 손절매 등 위험 관리 전략도 함께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