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레켐비. 네이버 블로그 |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치매, 고칠 수만 있다면…”
최근 국내에서 가장 주목 받는 약은 ‘위고비’, 비만치료제다. 하지만 최근 이보다 더 간절하게 많은 이들이 국내 출시만 기다렸던 약이 있다. 바로, 치매 치료제 ‘레켐비’다.
전 세계에서 4번째로 국내 출시되면서 이를 기다렸던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2000만~3000만원대의 고가가 예상되지만, 기존 치료비용 등을 감안할 때 고가에도 불구, 수요는 충분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일본계 제약사 한국에자이는 지난 28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를 국내 출시한다고 밝혔다. 레켐비는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하고 6개월 만에 시장에 나오게 됐다. 레켐비 출시는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전 세계 4번째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Aβ)’의 뇌 속 응집을 막아 병 진행과 인지 기능 저하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낸다.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결과, 투약 1년 6개월 시점에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위약군 대비 27%(약 5개월) 지연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원인 물질을 제거해 알츠하이머병 질환 진행과 인지 기능 저하를 지연시키는 효과 및 안전성을 인정받아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2023년 7월 완전 승인을 받은 최초의 항체 치료제다.
게티이미지뱅크 |
레켐비 출시 소식에 벌써부터 병의원에는 환자들의 문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켐비를 기다려 온 환자들이 많았던 만큼 이르면 다음 달부터 대형 병원에서 처방이 가능할 전망이다.
레켐비는 아직 급여 적용을 받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치료 비용을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레켐비는 2주마다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하는데 연 치료 비용은 미국이 3000만원대, 일본이 2000만원대로 책정됐다. 국내 치료 비용도 이와 비슷한 2000~3000만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레켐비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그동안 치매 진행을 늦추는 약은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었던 상황이다. 앞서 치매 치료제로 개발됐던 ‘아두헬름’은 높은 가격에도 효능 부족과 부작용 논란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국내에도 허가를 추진하다 유효성 입증이 어려워 개발사가 허가를 자진 취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레켐비가 부작용 없이 치매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실제 치료에서도 확인된다면 최근 출시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위고비보다 중요한 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헤럴드DB |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약 90만명으로 추정되며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은 치매에, 5명 중 1명은 경도인지장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전체 치매 중 70%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 환자 1인당 연평균 관리 비용은 약 2110만원대 달한다.
한편 미국에서는 주 1회 환자 스스로 투여 가능한 피하주사 제형의 레켐비도 개발돼 FDA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