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중퇴 아버지·지능장애 딸 진술 신빙성 쟁점
2009년 9월 9일 수감된 채 재판을 받고 있는 백모씨 재판화면. [그것이알고싶다 캡처] |
[헤럴드경제(광주)=박대성 기자] 지난 2009년 순천시 황전면 한 마을에서 막걸리를 나눠 마신 부녀자 4명 중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청산가리막걸리’ 사건 피고인이 구속된지 15년 만에 재심재판이 열린다.
1일 광주고법에 따르면 형사2부(이의영 고법판사)는 오는 3일 살인과 존속살인 혐의로 기소된 구속됐다가 형집행 정지로 풀려 난 백모 (74)씨와 딸(40)씨에 대한 재심 첫 공판 기일을 연다.
이번 재판은 ‘낙동강변 살인’ ‘약촌오거리 살인’ ‘화성연쇄 살인’ 사건 재심을 청구해 승소를 이끌어 낸 재심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청구한 사건으로 재심 재판에서 당시 검찰이 무고한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해 구속했는지 여부다.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은 2009년 7월 6일 순천시 황전면 한 농촌에서 막걸리를 마신 주민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건이다.
독약을 이용한 살인 사건이고 부녀 가족이 살해됐다는 점, 여기에 장기미제사건 해결에 두각을 나타낸 검사가 사건을 챙겨 숨진 아내의 남편과 딸을 범인으로 지목해 구속으로까지 이어졌다.
담당 강모 검사(현재 퇴직)는 범행 동기로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다 이를 알게 된 아내와 갈등을 빚다 범행에 이르렀다고 수사 결과를 공사사실에 기재했다.
이 사건은 1심 법원에서는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으나, 2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돼 백씨는 무기징역, 딸은 징역 20년 등을 선고 받고 해당 판결은 2012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부녀는 각기 다른 교도소에 수감됐지만, 해당 사건에 대한 각종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막걸리에서 검출된 핵심 증거인 청산가리가 다른 사건 현장에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청산가리를 넣는 데 사용했다던 플라스틱 숟가락에서도 청산가리 성분이 나오지 않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결국 부녀는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으로 대법 확정판결 후 10년 만인 2022년 재심을 청구해 사건 발생 15년 만인 올해 1월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다.
박준영 변호사는 “2022년 1월에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2년 만에 재심재판이 열리는데, 복역 중인 사람이 석방된 사례는 제가 알기로는 처음”이라고 했다.
이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은 백씨 부녀는 법원이 재심청구를 받아들임에 따라 올해 1월 이례적으로 형집행 정지로 출소한 상태다.
그러나 검찰은 “재심 사유에 대해 신중한 법리 판단이 필요하다”며 재항고했지만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재심 재판이 열리게 됐다.
이 사건은 올해 2월 1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도 방송됐는데 국민(초등)학교를 중퇴해 글읽기와 쓰기가 어눌한 백씨의 진술서, 조사영상에 남겨진 담당 검사의 유도신문 행위 여부, 지능 장애가 있는 딸의 진술 능력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