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협상 마지막 날인데도 난항…시민단체 “개최국 한국, 노력해야”

협상 기한 1일까지지만 연장될 가능성도
5대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국인 한국, 협약문에 머뭇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5)가 열린 2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 본회의장에서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INC 의장 주재로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을 마련하기 위한 협상이 예정된 기한인 1일까지 타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환경단체는 한국이 개최국인 만큼 교착상태를 깨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 중인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는 ‘플라스틱 생산’을 제한하는 조항을 협약에 넣을지를 두고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위를 이끄는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은 지난달 29일 ‘협약 체결 후 첫 당사국 총회에서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전 세계적 목표를 담은 부속서를 채택한다’는 문구를 협약에 넣는 선택지와 생산 제한과 관련한 조항을 협약에서 제외하는 선택지를 담은 4차 제안문을 내놨다.

1차 플라스틱 폴리머는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로, 현재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99%가 이것으로 만들어졌다.

발비디에소 의장이 이날 재차 내놓은 제안문은 쟁점에 대해 여러 이견을 반영한 ‘괄호’가 추가되면서 훨씬 복잡해졌다.

예컨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아니라 ‘(생산량) 유지’나 ‘관리’를 위한 목표일 가능성을 열어놨다.

또 세계적 목표를 세우고 감축·유지·관리할 대상을 ‘생산’ 뿐 아니라 ‘생산과 소비’, ‘생산·소비·사용’ 등으로 확대할 여지도 남겼다.

새 제안문에도 생산 규제 조항을 제외하는 선택지가 포함됐다.

파나마가 28일 유럽연합(EU) 등 91개 국가를 대표해 첫 당사국 총회 때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축목표를 담은 부속서를 채택하는 방안을 지지하는 제안서를 내놨고 이는 현재 100여개국 지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산유국들의 반대가 만만찮다. A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협약에 ‘생산 제한’ 조항을 포함하는 것은 자신들의 한계선을 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세계 3대 플라스틱 제품 수출국 중 하나인 미국도 파나마의 제안서에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대표단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협약에 플라스틱 생산이나 공급과 관련한 조항이 들어가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과 함께 5대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국에 드는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파나마의 제안서에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나라는 5차레 협상위 개최국 연합 성명에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줄일 과학에 기반한 조항들이 협약에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개최국 연합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각국에 “과감하고 단호하게 행동할 때”라고 당부했다.

협상 교착상태가 길어지면서 협상위가 연장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부는 만장일치 대신 투표로 의사결정을 하자는 의견도 제시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환경단체들은 개최국인 한국이 교착상태를 깨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협상 옵서버인 풀뿌리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정부는 법적 구속력 있는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이 성안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5차 협상위 중 한국 정부 장관급의 참여는 첫 이틀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참석한 것을 빼곤 전무하다”며 “한국 정부가 협상위 개최국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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