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식당, 이렇게 많다고? ‘미식 성지’ 뜨는 OO동

남영동에 간귀·영탉 운영 식당
과거 수요미식회 맛집도 즐비
영화관 있던 남영동 ‘부침’ 이어져


넷플리스 옌ㅇ 흑백요리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캡쳐]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가 인기를 끌면서 서울 용산구 남영동이 주목받고 있다. 남영동과 그 일대에 흑백요리사 출연진이 운영하는 식당이 세 곳이나 있어서다.

먼저 서울 용산구 남영동 97-5번지 ‘키보에다마메’.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간귀 현상욱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다. 키보에다마메는 중화풍의 일식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이자카야다.

키보에다마메에서 35m 거리에는 ‘남영탉’이 있다. 흑백요리사 영탉 오준탁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다. 장작으로 닭을 구워내는 곳이다. 아시안, 프렌치, 아메리칸 등 다양한 해외의 조리법을 활용한 장작 구이 통닭이 대표 메뉴다. 지난달에는 강원 철원군과 철원오대쌀 홍보를 위한 팝업 레스토랑을 열기도 했다.

남영탉에서 10여분(679m)정도 걸으면 흑백요리사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의 ‘비아 톨레도 파스타바’가 있다. 이 식당은 엄밀히 말하면 남영동과 인접한 원효로1가동에 있다.

흑백요리사 식당이 전부가 아니다. 과거 맛집 예능의 대명사로 불린 ‘수요미식회’ 추천 식당도 즐비하다. 수요미식회 ‘만두편’에 나온 구복만두, 태국음식 편에 나온 ‘창수린’ 맑은 감자탕이 일품인 ‘일미집’ 모두 앞서 언급한 식당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키보에다마메에서 주문한 메뉴들. 박병국 기자


남영동에는 언제부터 ‘맛집’들이 모여들었을까.

남영동 상권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영은 원래 일제강점기의 병영이었던 곳이다. 지역명도 역시 남쪽의 ‘군영’이라는 의미로 지어졌다.

한국전쟁 후 일본 군영이 있던 자리는 미군이 이어받았다. 남영동이 스테이크와 부대찌개를 파는 맛집으로 유명해진 곳은 이때부터다. ‘스테이크 거리’라는 별명으로 불린 적도 있다.

남영탉 매장. [철원군 제공]


서울시가 운영하는 ‘용산공원 시민소통공간’ 블로그를 보면 남영동 골목길이 호황기일 때는 30~40곳의 부대찌개, 스테이크 가게가 있었다. 최근에는 3~4곳 정도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맛집으로 알려진 ‘은성집’, ‘털보네’ 등 유명 부대찌개 집도 남아있는 가게중 하나다.

남영동이 한때 ‘젊음의 거리’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남영동에는 일제강점기인에 문을 연 성남극장, 재개봉관인 금성극장 그리고 남영극장이 있었다. 1980년대 사대문안의 학원을 규제하면서 학원가들이 남영역 인근으로 대거 몰려들기도 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 극장 시대가 열리며 금성극장, 남영극장이 문을 닫았다. 마지막 남은 성남극장 역시 2003년에 문을 닫았다. 남영동에 있던 학원도 강남 대치동 등으로 빠져 나갔다. 용산 미군 기지까지 이전하자 남영역 앞 상권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의 신사옥이 용산역 앞에 들어서고 일대가 개발되면서 ‘용리단길’이라 불리는 상권이 형성됐다. 남영동에 최근 젊은 식당과 카페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며 ‘남리단길’로 불리는 것도 ‘용리단길’ 상권의 연장선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남영동 인근의 엘지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남영역 상권이 부침이 있었지만 용산역 앞이 개발되고 대기업 신사옥이 하나둘씩 들어오면서 그 영향이 남영동 일대에도 미치고 있다”며 “남영동의 상가 임대료도 과거보다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인근인 삼각지에 ‘대통령실’이 만들어진 영향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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