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속 금리 인하 카드도 안통했다…코스피 덮친 트럼프 리스크에 국장 연말 한파[글로벌 마켓레이더]

반도체·방산株 부진에 코스피 2400대로 밀려…기준금리 인하도 무용
경기둔화 우려 확산에 수출 지표도 불안…“유의미한 반등 가능성 낮아”
美국채금리 안정세에 트럼프 민감도 약화 기대도…“업종별 대응은 가능”


‘관세맨’을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자동차 업계가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AP]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트럼프 리스크에 지난주 국내 증시는 반도체주와 방산주가 연달아 휘청거리며 또다시 코스피 2500선이 무너졌다.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연속 2회 기준금리 인하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이마저도 경기둔화 경고에 묻혀버리며 ‘국장’을 일으켜 세우진 못했다.

이번주 증시도 지수 하방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여전한 가운데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중 예정된 한국 11월 수출입 등 주요 경제 지표를 확인하면서 업종과 종목에 따른 방어적 전략을 취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코스피는 전주보다 포인트(1.81%) 내린 2455.91로 마감하며, 이전 주 어렵사리 회복한 2500선을 다시 내주고 말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고, 정부효율부를 이끌 비벡 라마스와미가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재검토하겠다고 하면서 반도체주가 된서리를 맞았다.

그나마 트럼프 트레이드 수혜주였던 방산주마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합의와 미국 국방 예산 감축 전망으로 인해 급락하면서 지수를 더욱 끌어내렸다.

지난달 28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나, 시장이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과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한 언급에 주목하면서 이튿날 코스피는 2% 가까이 급락했다.

지난주(25~29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외국인은 1조7185억원을 순매도하며 연속 순매도 기록을 14주로 늘렸다. 개인이 3696억원 순매수세로 돌아서고, 기관도 8776억원 규모로 2주 연속 순매수세를 보였으나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업종별로는 경기 부진 속 방어주인 통신업(7.60%)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고, 철강금속(4.90%), 의약품(4.32%) 등이 강세였다.

반면 방산주와 반도체주가 포함된 운수장비(-5.67%), 기계(-4.97%), 전기전자(-4.78%)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코스닥 지수는 전주보다 1.18포인트(0.17%) 오른 678.19로 3주 만에 반등했으나 여전히 700선을 밑돌았다.

금주 증시는 지난주 막판 한은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과 10월 산업활동동향 부진을 계기로 확산한 경기 둔화 우려의 본격적인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있다.

오는 2일에는 한국 11월 수출입 지표가, 3일에는 역시 우리나라 수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의 11월 수치가 각각 공개되지만 부진한 흐름을 반전시킬 계기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달 27일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내년 한국 수출 증가율이 1.8%로 올해 8.4%에 비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11월 수출은 예상보다 빠른 둔화가 우려된다”며 “수출 증가율의 빠른 하락은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4분기 기업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 근거가 될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증시에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수출 둔화 가속화의 불안감도 존재하는 만큼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의미 있는 반등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은 당분간 낮아 보인다”며 “내년 1분기까지 지수의 부진한 흐름이 우위인 상황에서 방어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전주 증시에서 확인됐듯이 트럼프 리스크는 여전히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변수 중 하나다.

다만,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최근 4.1%대로 내려오는 등 트럼프발 변동성이 다소 완화하는 흐름은 금리인하 사이클과 맞물려 증시에 반등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지난주 말(29일) 뉴욕 증시도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예상보다 완화할 것이라는 보도에 반도체 종목이 오랜만에 강세를 주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과도한 민감도가 정상화하는 국면”이라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그동안 부재했던 정책 기대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병현 연구원도 “변동성이 진정될 여건은 갖췄다고 판단되는 만큼 수급 개선 가능성이 있는 종목이나 업종별 대응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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