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논의 접점 못 찾아 의정갈등 지속
이종태(사진 왼쪽)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과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회의와 관련한 입장 발표를 마친 뒤 자리에서 이동하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출범했던 여·야·의·정 협의체가 1일 참여했던 의료단체 이탈로 좌초하면서 올해 2월에 시작된 의료공백 사태가 내년까지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의정 갈등의 핵심 사안인 2025학년도 의대 모집정원 등을 두고 정부·여당과 의료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의체에 동참했던 의료계 단체 2곳마저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4차 전체회의 직후 “정부와 여당이 사태 해결의 없다”며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11일 협의체가 가동된 지 20일 만이다.
여당은 협의체가 ‘휴지기’를 갖는다고 표현했지만, 의료계가 마음을 돌리지 않는 한 회의 재개는 어려운 상황이라 사실상 공식적인 대화의 창이 닫힌 셈이다.
야당은 물론 의사협회와 전공의 등 의료계 핵심 구성원 참여 없이 ‘개문발차’한 대화가 중단된 것은 내년도 의대 정원 등 안건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 구체적인 조정안을 제시했다”며 “간절한 요청에도 정부는 어떠한 유연성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의학회 등은 의대 수시 미충원 인원의 정시 이월 금지, 예비합격자 배수 축소 등 모집인원을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정부는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회의 후 “현재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혼란을 초래하는 그 어떤 조치를 취하는 건 수험생을 비롯한 교육현장에 막대한 부담을 주기에 불가하다”고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내년도 이후 의대 정원과 관련해서도 의료계는 2026학년도엔 증원하지 않고 2027학년도 이후부터 추계기구에서 논의하자고 했지만, 정부는 2026학년도 정원도 추계위에서 논의하자고 맞섰다.
의료계 유일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협의체를 ‘알리바이용’이라고 표현하며 공개적으로 탈퇴를 요청한 것도 이들 단체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던 터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6일 당 차원에서 경북지역 국립의대 신설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공개 입장을 밝히면서 탈퇴 입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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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당시 10개월 지속되고 있는 의료공백 사태를 풀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의정 갈등 사태는 다시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날 이진우 회장은 “정부·여당 쪽에서 의대 정원에 대한 확실한 태도 변화나 정책 변화를 보여주면 다시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했지만, 오는 6일 수능 성적 통지, 11∼13일 의대 수시 합격자 발표 등을 앞두고 정부가 2025년도 의대 정원과 관련한 정책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공고와 의협 회장 보궐선거 후보 등록이 예정돼 있어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내년도에 수련할 전공의 모집이 오는 5일 공고와 함께 수련병원별로 개시된다. 이르면 19일께 합격자가 발표되는데 전공의들이 얼마나 돌아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5대 5로 조정하려던 수도권 대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율을 현행대로 5.5대 4.5로 유지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도 당장 전공의 복귀책을 내놓기보단 협의체 결과를 기다려본다는 입장이었는데, 협의체가 중단되면서 전공의 모집에 맞춰 수련 특례나 입영 연기 등 복귀 유도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비대위 체제로 운영 중인 의협의 경우 내년 1월 회장 선거를 앞두고 2∼3일 후보 등록을 받는다. 전공의와 의대생을 끌어안은 의협 비대위의 강경 기조가 차기 집행부에서도 이어질지, 아니면 대화파 집행부가 등장할지가 주목된다.